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사회가 복잡화․전문화되면서 법원이 처리하는 사건의 양과 질이 예전과 같지 않다.
법원은 근본적인 분쟁 해결책으로 조정․화해의 확대를 꾸준히 추진하여 왔고, 이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1998년경 대법원이 ‘조정의 활성화’를 중점 과제로 추진하기 시작할 때 조정·화해율은 약 5% 선이었고, 장래의 정책 목표를 선진국 수준인 30% 선을 달성하자는 데 두었다고 기억된다.
통계를 보면, 민사소송 1심 재판의 실질 조정률은 2002년의 경우 10% 정도에 그쳤으나, 2009년에는 37.03%로 급증했다.
선진국에서 대개 약 30% 정도의 조정·화해율을 보이고 있는데, 당초 대법원이 조정 확대 방침을 가지고 목표로 했던 선진국 수준에 이미 도달한 것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놀라운 성과가 사법행정당국의 조정률 독려와 수소법원의 무리한 조정 시도로 인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0년에 소속 회원들 7천여명을 상대로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무리하게 조정을 강요한 사례의 수집에 나선 적이 있는데, 이는 실제로 그와 같은 재야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반증이다.
조정은 상호 양보와 이해를 통하여 분쟁을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비용과 낭비를 줄이고 상소율을 낮추자는 데 그 취지가 있는데, 그 도입취지와 다르게 수소법원이 일정한 선입견이나 심증을 가지고 적극 개입하는 경우가 빈발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조정전담판사나 조정위원회 회부율은 2002년 10%에서 2009년 3%로 감소하였는데, 수소법원 조정비율은 2002년 89.9%에서 2009년 96.2.%로 증가했다는 통계수치가 이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으로 변호사회가 사례를 널리 수집하여 법원에 개선방안을 적극 제시할 필요도 있지만, 먼저 법원이 직접 나서서 실태를 정확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부당한 조정 강요 사례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오판 이상으로 국민이나 소송관계자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정에 불응하면 불리한 판결을 선고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어 마음 약한 당사자가 결국 굴복하도록 하는 사례, 당해 사건의 성질상 조정․화해에 친하지 않은 사건에서 사실관계나 법리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정에 회부하여 무조건 5:5로 조정하라고 하는 원님재판 식 조정 사례, 선례가 없는 사건에서 당사자가 분명히 사법적 정의를 판결로써 실현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고 대법원의 최종적인 법리판단까지 받기를 원하는 사건에서 수소법원이 무리하게 조정을 강요하는 사례, 수소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이나 강제조정결정에 이의하는 당사자에게 판결에서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주기까지 하는 사례, 심지어 원고 청구기각 판결이면 피고가 원고에게서 변호사비용 등 소송비용으로 상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포기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라고 조정을 하여, 피고가 소송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 대법원에서 파기될 확률은 낮고 항소심판결이 그대로 통과되는 경향이 갈수록 높아지자 항소심 법원에 상당한 판단 재량이 있자 이 점을 거론하며 조정․화해에 응하도록 강요하는 사례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