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무역행위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누구든지 불공정무역행위의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이를 조사하여 줄 것을 무역위원회에 서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제5조 제1항).
무역위원회의 조치는 피해자의 조사신청에 따라, 조사개시결정 및 불공정무역행위 판정과 시정조치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런데 무역위원회가 조사개시결정 후 불공정무역행위가 아니라고 하여 기각판정을 한 경우 신청인은 기각판정으로 인하여 법적 이익을 침해받게 된다.
그러나 위 법률은 기각판정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에 관한 판례도 없어 논란이 되어 왔다.
나는 무역위원회에 불공정무역행위를 신고하였다가 기각판정을 받은 모 회사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지식경제부(당시 산업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행정법원으로터 2007년 8월 14일 무역위원회의 불공정무역행위 ‘기각판정’에 대하여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다는 사법사상 첫 판결을 선고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 2007구합825, 832 판결은 불공정무역행위 신청에 대한 무역위원회의 ‘기각판정’에 대해 행정처분성을 인정함으로써 무역위원회의 기각판정에 대하여 사법심사의 길을 열어준 획기적인 판결이다.
이는 사법부가 최근 행정처분의 범위를 보다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에도 부합한다. 국민의 권리구제를 확대하고 나아가 법치행정 구현에 기여할 것이기에 이 판결은 큰 의미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무역위원회의 불공정무역행위 기각판정은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는 정책적이고 전문적인 판정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사법심사에 있어 특수성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지만, 이를 완전히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행정처분에 대한 법원의 적법성, 합목적성 보장의무를 방치하는 것인만큼 기각판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판단하였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반덤핑협정을 비롯하여 11개 협정에서 각 회원국에게 사법심사(judicial review) 제도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 관세법(제516A조)은 피해 부정 예비판정은 물론이고 조사개시거부 결정까지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유럽연합(EU),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침해 여부에 관한 판정에 대하여 사법심사 제도를 입법화하고 있다.
차제에「불공정무역행위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불공정무역행위 기각판정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논란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