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재판
신종분쟁 해결절차

그 동안 사법부가 전문법원의 확대, 전문․전담재판부의 확충, 전문심리위원제의 도입 등을 비롯하여 전문적인 사건처리시스템을 갖추어 고품질 재판을 하려고 노력하여 온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국제거래, 기업법, 지적재산권, 노동, 부동산․건설, 환경, 의료, 언론, 집행 등의 전문재판부가 가동됨으로써 전문사건의 신속․적정한 처리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고 거기서 생겨나는 법적 분쟁 역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화·복잡화 하고 있다.
세계최고 수준의 인터넷 강국이라는 빛의 뒤에는 개인정보 대량유출이라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관리기업의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 해킹이나 명의도용에 따른 분쟁, 사이버세계에서의 각종 재산권이나 인격권 침해 문제, 인터넷 기반의 롤 플래잉 게임계정의 영구압류조치에 대한 분쟁 등 과거에는 소송거리가 되지 않았던 신종분쟁이 집단소송의 형태로 법원에 몰려들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까페를 통하여 대수의 원고단을 용이하게 결집하여 집단소송을 용이하게 제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변호사들이 경쟁적으로 원고단 모집에 나서는 상황에서는 동일쟁점사건이 전국 각지의 법원에 사건이 다수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집단소송사건은 쟁점과 피고는 같지만 형식상 원고가 달라 별개의 사건으로 취급되어 전국 법원의 판단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특정 수소법원으로 재량이송(민사소송법 제35조)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일부원고의 관할선택권이 침해되므로 그러한 이송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가장 현실적으로는 어느 사건의 소송결과가 나올 때까지 나머지 사건의 진행을 보류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것도 재판부 재량사항이다.
가장 전문화가 잘 된 서울중앙지법의 경우도 아직 정보통신 내지 IT 사건 전담재판부가 없어 각 부에 흩어져 사건이 진행됨으로써 재판의 통일을 도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개인정보 분쟁과 같은 집단적 소송에 대하여는 특단의 입법조치가 필요하지만, 보완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법원은 우선 IT 사건 전문․전담재판부의 신설 및 관련 재판예규의 정비 등을 통하여 전국 각지의 법원에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되는 IT 관련 신종분쟁사건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정하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법환경의 변화에 직면하여 사법시스템도 추세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어야 함은 다언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대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개인정보 관련 분쟁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제도는 미비하여 개인정보 관련 분쟁 해결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개인정보 관련 집단분쟁은 소송절차 외에도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사안에 대해 각 기관이 경쟁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경우 분쟁해결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결론마저 달라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피해자별로 각지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정보 관련 분쟁해결절차에 관한 몇 가지 특례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집단소송 제도의 도입, 소송관할의 집중, 소송대리인 선정, 소송비용의 담보, 조정의 절차 및 효력, 유출사고 후 신속 조치에 대한 책임 감면 등에 관한 특별규정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기업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과연 위자료 액수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도 문제된다.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같이 수백만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에 있어서는 1인당 불과 몇 만원의 위자료만 인정하더라도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고 기업은 사소한 과실로 인하여 문을 닫게 되므로, 이러한 결과는 피해자나 당해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이다.
따라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위자료 지급의무의 요건 즉, 과연 그로 인하여 금전으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였는지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 독일, 영국 등에는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여야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손해배상 총액의 상한을 일정 금액으로 법정하는 나라도 있는데, 온라인 회원가입이 어느 나라보다 활발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입법례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피해자를 위한 책임보험․공제 제도도 도입되어야 한다.
현행 제도와 법률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개인정보 관련 분쟁 해결절차를 정비함으로써 피해자 및 기업에게 모두에게 예측가능성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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