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재판
유사법조직역의 소송대리권

제18대 국회에서 민사소송인 특허침해소송에 ‘변호사·변리사 공동대리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까지 회부된 적이 있다.
현재까지도 공동소송대리제에 찬성하는 변리사단체나 과학기술계의 입장과, 반대하는 변호사단체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앞으로의 입법 추이가 주목된다.
민사소송법 제87조 소정의 변호사대리의 원칙 하에서 일반민사소송에 속하는 특허침해소송에서는 변호사만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고, 변리사는 변리사법 제8조에 의하여 특허법원에서 관할하는 ‘협의의 특허소송’에 대헤서만 소송대리권을 인정받아 왔다.
일각에서는, 변리사법 제8조가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변리사에게도 당연히 특허침해소송에 관한 소송대리권이 인정된다고 주장하나, 그 동안의 재판 실무례에 비추어 무리한 해석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입법 연혁으로 보거나 변리사법 제8조의 문리해석에 의하더라도 일반민사소송인 특허침해소송은 ‘특허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먼저 지적할 것은, 변리사법 제8조의 개정을 통하여 민사소송절차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소송대리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소송대리권에 관한 사항은 법사위의 고유 소관업무이므로, 법사위에서 전체 법체계와의 정합성을 심도 있게 논의하여 결정할 일이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할 경우 향후 공인노무사․세무사․법무사 등 유사법조직역의 소송대리권 문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져갈지 등 소송대리제도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이 먼저 그려진 후에야 합리적인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특허침해소송과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변호사의 전문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데 있다.
특허기술에 관한 변호사의 전문성 부족이 문제라면, 변호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상책(上策)이고, 법체계를 뒤흔들면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새로이 인정하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오히려 현실에 맞게 변호사가 변리사의 조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방안이 중책(中策)이 될 것이다.
1998년에 도입된 특허법원의 특허심리관의 예에서와 같이, 변리사가 변호사의 ‘특허보좌인’으로 출석하여 재판장의 허가를 얻어 법정에서 특허에 관하여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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