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법 제17조는 고위공무원의 경우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규모 이상(자본금 50억원 이상이며 연간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의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이 있을 때에만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고위공직자나 판․검사가 퇴직 후에 로펌 내지 법무법인에 취업하는 것은 제한하고 있지 않다.
2008년 영리사기업체에 법무법인 내지 로펌도 포함시키고 고위공직자에서 판․검사도 예외를 두지 않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 및 행정안전부에서 논의된 적이 있었다.
당시 개정안에 따르면 판․검사들이 퇴직 후 로펌에 취업하려고 하는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승인신청을 하고 각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밀접한 업무관련성 여부를 심사하게 되는데, 법원과 검찰 업무의 속성에 비추어 보면, 업무관련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판․검사는 사실상 로펌 취업의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무엇보다도, 퇴직 판․검사의 로펌 취업이 우리나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폐해를 가져왔기에 그러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판․검사의 경우 아무리 고위직 출신이라 하더라도 퇴직하면 무슨 국영기업체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어서 대다수가 변호사로 활동할 수밖에 없고, 과반수 이상의 변호사들이 법무법인에 소속되어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개정안은 판․검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만 아니라 로펌의 경쟁력 및 전문성 강화 정책에도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판․검사 출신들이 법무법인이나 로펌에 취업하여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가지고, 마치 법이 아닌 전관으로서의 로비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발상이 근저에 깔려 있는데, 이는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일하는 변호사들 및 판․검사들에게는 일종의 모욕이다.
영리사기업체와는 달리 어느 정도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변호사 제도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본다.
판․검사의 로펌 취업제한 방안에 여러 가지 헌법적 문제가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대법관과 같은 고위법관 등에 한하여 로펌 취업제한을 하자는 견해도 있으나, 고위법관과 그렇지 않은 법관을 차별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이 또한 평등원칙에 반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