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제한 규정의 문언과 그 취지, 형벌법규의 해석원칙 등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구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당해 선거구’는 구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 별표 1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에 규정된 기존의 선거구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장래 확정될 선거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①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의 상대방은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라고 명시되어 있고, 이러한 자에 대한 기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당해 선거구 내에서는 선거구민은 물론 선거구민이 아닌 사람에게라도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이 제공되면 선거구민에게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를 금지하려는 것이다(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도500 판결 등 참조).
‘당해 선거구’의 의미와 관련하여 구 공직선거법은 그 의미를 정의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및 제20조 제3항에서 지역구국회의원은 당해 의원의 선거구, 즉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단위로 하여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5조 제2항 별표 1에서 국회의원지역선거구의 명칭과 구역을 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지역구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당해 선거구’란 위 별표 1에 의해 획정되어 특정된 각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부행위제한 규정의 문언 및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기부행위는 위 별표 1에 규정된 유효한 선거구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앞서 본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인해 구 공직선거법의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는 2016.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였고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새로운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를 확정한 2016. 3. 3. 이전까지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가 존재하지 않으며 각 지역선거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② 검사의 주장대로 ‘당해 선거구’를 기부행위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그 당시 공직선거법상의 기존의 선거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치러질 선거의 선거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오히려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예컨대, A, B, C 지역이 있고 기존에는 A, B 지역이 같은 선거구였다가 공직선거법의 개정으로 B, C 지역이 같은 선거구로 변경되었는데, 갑은 A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등록을 하고 을은 C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등록을 한 다음 각 B 지역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기부행위를 한 경우를 상정해 본다.
위 선거구 변경이 정상적인 법률 개정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도, 개정 전에는 갑이 처벌받고 을은 처벌받지 않지만, 개정 후에는 갑이 처벌받지 않고 을이 처벌받게 된다고 해석함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만일 검사의 주장처럼 당해 선거구를 향후 치러질 선거의 선거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개정 전에 행한 갑의 행위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에 대한 기부행위가 아니므로 처벌을 받지 않고, 을의 행위는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에 대한 기부행위로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결론을 따른다면, 갑은 분명히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의사로 범법행위를 했음에도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점에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고, 반대로 을은 행위 당시에는 죄가 되지 아니하였는데 법의 개정으로 처벌받게 되는 결과가 되는바, 이는 명백하게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로서 헌법 제13조 제1항(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에 위배되는 극히 부당한 결론임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하물며 이 사건에서처럼 공직선거법의 선거구표가 유효하게 존재하였던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가 뒤늦게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진 경우에, 행위 당시에는 기부행위의 상대방이 어느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일지 불명확하였는데 개정법으로 새로이 확정된 선거구를 기준으로 당해 선거구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 처벌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더더욱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③ 특히, 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지역구 통폐합 등이 예상되는 특별한 경우에는 선거구가 어떻게 확정될지 행위 시에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으므로, 장래 확정될 선거구를 기준으로 기부행위의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고 또한 위험하다. 검사는 장래 확정될 선거구는 일반적으로 예상 가능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할 필요도 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기부행위 처벌 여부를 결정하여도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듯하나, 선거구는 정치세력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수많은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어떻게 확정될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설령 어느 정도의 예상이 가능하거나 심지어 거의 변동이 없으리라고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를 명확하게 확정할 수 없으므로 ‘예상가능성’을 처벌 여부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없다.
검사는 선거구는 선거가 실시될 때마다 변동될 수도 있고, 선거구 획정이 지연된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어서, 선거구의 변경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이해관계의 충돌 등으로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경우, 선거구 획정 이전의 기부행위는 필연적으로 선거구 부존재 상태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②에서 본 바와 같이 선거구가 정상적으로 변경·확정되기 이전에는 기부행위 당시의 종전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가 여전히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보아 이에 따라 기존의 선거구를 기준으로 하여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처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기부행위 당시 유효한 공직선거법상의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가 존재하지 아니하였음에도 기부행위 이후에 변경·확정된 선거구를 기준으로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④ 과거 공직선거법 및 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기부행위를 할 수 없는 제한기간을 두어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의 기부행위만을 금지하였으나(제112조 제4항 제1호), 이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기부행위 제한기간을 폐지하여 상시 기부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규제를 강화하였다.
그러므로 만약 기부행위금지 규정에 있어 ‘당해 선거구’의 의미를 향후 예정된 선거에서의 선거구 또는 장차 정해질 선거구로 해석한다면,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직전 선거 후 4년의 기간 동안 자신이 출마하려는 선거구가 앞으로 어떻게 획정되거나 변동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부행위금지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고, 장래 입법에 따라 행위의 가벌성이 정해지게 되는바, 이러한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유추해석금지의 원칙 및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도 기부행위금지 규정은 위 별표 1에 근거한 기존의 선거구를 전제로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검사는 기존 선거구는 재선거, 보궐선거 또는 예비후보자 등록에만 의미를 갖는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객관적인 법의 문언에 반하여 그렇게 해석하여야 할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⑤ ‘당해 선거구’를 기존 선거구로 해석할 경우 2016. 1. 1.부터 2016. 3. 2.까지 이루어진 기부행위는 처벌할 수 없는 결과가 되고, 종전까지 금지되던 기부행위가 일시적인 선거구 공백기간이라고 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기부행위의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법률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경우에 항상 발생하는 문제로서, 이 사안의 경우에만 달리 해석할 이유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2014. 10. 30.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법의 공백을 우려하여 2015. 12. 31.까지는 계속 적용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를 개정하는데 있어 1년 2개월이라는 충분한 기간을 부여받았음에도 위 기간이 도과하기 전에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확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선거구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이에 따라 처벌의 공백이 발생한 것은 국회의 입법지연에 의한 것으로 어쩔 수 없다.
자연법적으로 당연히 금지되는 행위(예컨대 살인, 절도 등)라도 법률로 처벌규정을 마련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⑥ 2016. 3. 3. 개정된 공직선거법 부칙 제3조에서는 국회의원지역구 획정에 관한 일반적 경과조치 규정을 두기는 하였으나, 이는 예비후보자등록 등의 절차에 있어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마련한 규정이라고 보아야지, 이를 근거로 2016. 1. 1. 이후 2016. 3. 3. 이전의 기부행위도 종전의 선거구를 기준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일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불소급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