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가 능력 있는 정치가를 가장 필요로 하는 단계다. 격화되는 분배투쟁을 흡수하려면 사회 설계를 바꾸고 성장엔진을 갈아끼워야 한다. 바로 그때, 오늘날의 고소득국들은 괜찮은 지도자를 배출했다. 프랑스의 미테랑, 미국의 레이건, 독일의 콜, 영국의 대처가 그들이다. 이들은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제·사회제도를 전면 개혁했다. 선진국보다 한 발짝 늦은 한국이 바로 그때다. 매서운 시대감각, 눙치고 어르는 타협력과 냉혹한 실천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혜성처럼 출현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 정치인 충원기제가 변변치 않다는 것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결핍증이다. 국무총리를 널리 공모해야 할 현실도 그렇고, 괜찮은 정치인을 길러낼 배양기제는 없다.
-- 우리의 경우 정치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법조계는 강단과 정의감은 수준급이나 시대감각과 정책역량은 미달이다. 학계와 문화계 인사는 온실의 화초와 같아서 ‘폭풍의 언덕’을 견디지 못한다. 재계? 전방위 경쟁에 잔뼈가 굵어 리더십은 탁월하나 무균성이 아니다. 툭하면 얼룩소 논쟁에 휘말린다. 시민운동이나 지방의회? 글쎄, 소규모 전투와 살림살이는 잘 할지 모르나 대규모 국책사업과 거시정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 송호근, 중앙일보 2015. 5. 19.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