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입니다

제목

특별사면의 엄격한 기준 설정이 우선이다 - 법률신문 2015. 7. 16.자 사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한 광복절 특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올해 8·15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특사가 예상된다. 대통령선거 때 사면을 엄격히 제한하고 사회지도층과 부패사범에 대한 사면을 억제하겠다고 공약했던 박 대통령은 취임 후 2014년 초에 생계형 민생사범에 대해 단 한 차례 사면을 한 이후 한 번도 사면을 한 바 없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그런 원칙을 관철하여온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회지도층 특히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이번 기회에 사면 대상에 포함되려고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사면은 해서는 안 될뿐더러 법치주의 원칙을 손상시키는 사면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물론 유명인사, 사회지도층 또는 부패사범은 무조건 사면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거나 서민 생계형 범죄자에 대해서만 사면을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법리적으로는 옳지 않다.

엄격한 형사소송절차에 따라 검찰과 법원이 기소하고 유죄로 판결한 결과를 하루아침에 휴지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가급적 예외적인 상황에 국한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원래 사면이라는 것은 국가원수가 억울한 재판을 받은 국민의 호소를 받아들여 이들을 예외적으로 구제하는 절차에서 출발했다. 법철학자 라드부르흐가 사면은 기적이어야 한다고 설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범위하게 사면권을 남용하면 그것이 기적일 리도 없고 국민에게 정치적 감동을 줄 수도 없다.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전제 하에 대통령의 재량에 따라 그 대상과 폭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사면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헌법 제79조 제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행 사면법은 사면의 구체적 기준조차 규정하고 있지 않다. 먼저 사면법을 개정하여 국민의 법 감정과 사법절차 존중의 토대 위에서 사면권 행사의 엄격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참여정부의 특혜성 봐주기 사면이 논란이 된 후,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는 현재 사면법 개정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이번 광복절특사에서 그 동안 검토한 사면 기준과 절차를 먼저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사면은 아무리 국민대통합이라는 명분상 필요하다고 하여도, 멀리 보면 진정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리가 없는 것이다.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15-08-10

조회수11,080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