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전문화되고 사건이 복잡해지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자꾸 줄어든다. 혼자서도 물론 할 수야 있겠지만 뭔가 불안하다. 법조실무에서 철저한 팀 플레이가 점점 더 강조되는 이유다. 팀 플레이는 전문화된 로펌이나 굴지의 기업에서는 철칙이다. 국가기관이나 기업체에서 각자 바쁜데도 불구하고 수시로 모여서 회의를 하여 중지를 모으는 것도 팀 플레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다. 머리를 맞댄 토론을 통해 사안을 정리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그런데 회의가 회의답기 위해서는 회의 참여자가 미리 안건과 관련 자료를 어느 정도 검토하는 것이 기본이다. 각자가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고 회의에 임해야 활발한 의견 개진과 실질적인 토론이 가능하다. 그러니 한 사람의 입만 쳐다보고 받아쓰기만 하는 회의, 한 사람만 자료를 읽고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의 말만 듣고 즉석에서 찬반 의견만 개진하는 회의는 팀 플레이 정신에 맞지 않다.
팀 플레이는 혹시 생길 수 있는, 한 사람의 독단을 막기 위한 지혜의 소산이다. 그 핵심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서 말하는 바로 그 ‘견제와 균형’을 꾀하자는 것이다. 그것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공화’(共和, republic)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공(共)이란 두 사람이 손을 합쳐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을 함께 한다’는 뜻인데, 단지 혼자서 할 수 없어서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다. 독단을 막고 서로 견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권력의 분산과 절제, 견제와 균형이야말로 공화정신의 핵심이다.
공화의 전통은 동·서양 어디에나 있다. 중국 주(周) 나라 10대 여왕(厲王)이 간신배를 등용하고 탐욕스런 폭정을 거듭하다가 기원전 841년에 경, 대부 등의 국인(國人)에게 쫓겨난 것이 이른바 국인폭동 사건이다. 그때부터 기원전 828년까지 주정공(周定公)과 소목공(召穆公)이 왕을 대신해 함께 정무를 맡아보았다. 요즘 말로 협치(協治)를 한 것이다. 이것이 공화의 유래다. 고대 로마는 BC 510년 왕정을 폐하고 약 450년 간 공화정(res publica)을 하였다. 2명의 통령(집정관)이 정부수반으로서 정치를 함께 담당하였다. 통령을 뜻하는 consul은 원래 두 마리 소가 쟁기를 끄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탈리아 안에 산마리노 공화국이 있다. 서울의 10분의 1 정도 되는 소국인데, 산마리노는 현재도 집정관 2명이 다스린다. 대등한 2명이 함께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현재도 좋은 교훈이 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매년 수십 건의 사건만 다룬다고 흔히들 부러워한다. 그러나 1만 건 가까이 되는 사건 중에서 심리·판결할 가치가 있는 사건 수십 건을 선별하는 일은 주심대법관 1인이 아니라, 대법관들이 함께 한다. 대법관들은 연구관 보고서를 읽어보고 중요사건을 함께 가려낸다. 4표 이상을 얻어야 좁은 문을 통과한다.
법원에서 제1심 중요 사건과 항소심 및 상고심을 합의체에서 재판하도록 제도화한 것, 검찰에서 상급자의 결재제도를 두고 있는 것도 모두 팀 플레이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합의제와 결재제도는 전문가로서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을 조화롭게 공유하여 시너지 효과를 얻자는 데도 취지가 있겠지만, 단독 플레이를 못하게 견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법원의 합의와 검찰의 결재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팀 플레이 정신의 거울에 한번 비춰볼 때다.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법률신문 2014. 3. 2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