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국'의 법리
ㅡ직제 신설은 정부의 권한이다
2022년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대한민국 정부(대통령,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경찰청)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이라는 직제를 둘 리가 없다.
대한민국정부가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겠는가?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정안전부장관의 법률상 권한을 보좌할 보조기관이 부족하여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은 '역사적 퇴행'이 아니다.
진실을 말하자면, 문재인정부가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이름 하에 형사사법체계를 왜곡시켜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권으로부터 벗어난 것이야말로 역사적 퇴행이다.
3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도 아니다.
경찰청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행안부장관에게 없었던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30년 전에는 경찰에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이 없었다.
2021년부터 막강한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획득하고서도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민주적 통제는 받지 않겠다는 주장은 행정부의 조직구성원리에 반한다.
흔히들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를 통해 민주적 통제를 받겠다고 주장하나, 그건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지금 현재'가 아니다.
그 방안은 앞으로 국회에서 입법화 될지도 미지수이고, 그때까지는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말과 진배없다.
통제의 공백상태를 방치할 것인가?
경찰청을 외청으로 둔 행정안전부장관은 헌법상 경찰 관련 소관사무에 대한 부령 발령권자이고(헌법 제95조),
행안부장관의 권한은
정부조직법, 경찰법, 경찰공무원법, 형사소송법령 등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경찰국이든 뭐든 어떤 직제를 둘 것인지는 정부가 행정수요에 따라 대통령령(국 단위)이나 부령(과 단위)으로 정할 수 있다.
경찰청이 행정안전부장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장관급 경찰部로 승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경찰청을 경찰부로 승격시켜서 경찰부장관을 국무위원으로 보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경찰부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현역 경찰공무원으로 보할 수는 없다.
그럼 국무위원인 경찰부장관의 지휘를 받는 것도 경찰 독립성ㆍ중립성 침해라는 말인가?
현재의 행정안전부장관을 보좌하는 非직제 <치안정책관>을 보다 실질화하는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주장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총경이상 고위직 임명에 대한 인사권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경찰청장의 추천권>과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제대로 작동하여 얼마나 공정하게 행사되는지가 핵심이다.
앞으로 인사가 공정하지 않다면 그걸 비판하면 될 일이다.
검사의 인사도 동일하다.
검찰총장의 의견제시권, 법무부장관의 제청권, 대통령의 임명권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행정부 내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상 共和정신의 핵심이다.
나는 새 정부가 대통령비서실을 축소하고 과거 청와대가 시시콜콜 만기친람하던 이른바 '청와대정부'에서 탈피하여, 책임장관 국무위원에게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방향성에 찬성한다.
이게 어떻게 퇴행적인가?
경찰 고위직 인사의 경우,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장관을 패싱한 채 임명권자인 대통령(실제로는 담당 비서관실)과 직접 협의해서 인사를 하는 방식이 불가능하다면, 이제는 제청권자인 행정안전부장관이 경찰청장과
먼저 협의하고 대통령이 결재하는 방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할수밖에 없다.
이제 대통령실 민정수석실과 치안비서관이 없어서 전자의 방식이 불가능하여 후자를 택하였다면, 당연히 행정안전부장관을 보좌할 보조기관이 실질화 되어야 한다.
그런 보조기관은 경찰청의 권한을 빼앗아오는 것이 아니다.
장관의 인사제청권이 정상화되면 고위경찰관이 장관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주장은 인사권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법관이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의 눈치를 본다는 것과 비슷한 주장인데, 모든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소신껏 역량을 발휘하면 되는 것이지 왜 눈치를 보는가?
공직자는 법관이든 검사든 경찰관이든 누구든 인사권자의 근무평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정권이 경찰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은 어떤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그 명을 받는 총리와 장관은 당연히 소속 기관과 공무원을 장악해야 한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어 5년간 정부를 책임진 대통령의 '민주적 통제'를 장악이라고 부른다면 대통령은 장악을 제대로 해야 한다.
특히 무력에 속하는 군과 경찰은 철저히 문민통제에 복종해야 한다.
정부가 그런 무력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면 그걸 비판해야 한다.
(황정근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