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최근 정치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1 1 표결해야 하느냐라거나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실언을 했다가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무엇인가.

명언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윈스턴 처칠) ‘과거를 지배하는 사람이 미래를 지배한다. 그런데 현재를 지배하는 사람이 과거를 지배한다.’(조지 오웰) ‘과거와 싸우지 말고 미래를 만들어라. 그러면 미래가 과거를 정리해줄 것이다.’(앨빈 토플러) ‘역사란 과거의 정치이며 정치란 현재의 역사다.’(존 로버트 실리)

로마의 신 야누스(Janus)는 얼굴이 두 개다.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면 안 좋은 느낌을 주지만, 그것이 동시에 양쪽을 다 볼 수 있다는 의미라면 오히려 긍정적이다. 1월의 영어 January의 어원이 야누스인 이유도 새해 첫 날이야말로 바로 과거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현재를 사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야누스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대지 위에 발을 든든하게 딛고 제대로 서 있기 위해서는 한쪽으로는 과거를 돌아보고 다른 한쪽으로는 미래를 바라보는 두 얼굴을 가져야 한다. 개인이든 회사든 국가든 다 그렇다.

여기서 미래를 바라본다는 것은 미래를 잘 준비한다는 말이다. 단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문제가 닥치든 놀라지 않도록 늘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막연하게 잘 되리라 생각하고 방심하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차곡차곡 준비하고 더 멀리 계획하면 할수록 미래는 달라진다. 미래에는 살아있지도 않을 우리 세대가 해야 한다. 미래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무엇보다도 과거를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가 한 실수를 반추해보고 잊을 것은 과감하게 잊어버리고 취할 것은 교훈으로 삼는 일이다. 더 크게는 앞에 살았던 사람들에게서 지혜를 배우고 역사의 교훈을 현재에 되살리는 일이다.

지금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기 위한 선례는 대개는 과거 역사 속에 이미 있다. 현재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역사 속의 유사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역사에 관한 책은 법조계 식으로 표현하면 일종의 판례집이다. 판례 검토 없이 변론과 판결을 제대로 할 수는 없다. 독일인들은 문제에 직면하면 흔히 비스마르크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묻는다정치지도자의 역사인식은 그만큼 중요하다.

평전이야말로 가장 잘 정리된 판례집이다. 오인환 전 공보처장관의 평전 김영삼 재평가는 김영삼 대통령이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 1954년부터 대통령에서 물러난 1998년까지 44년 동안그를 중심에 두고파란만장한 현대정치사를 정리했다그 당시 다른 인물에 대한 평전이나 회고록을 비교 분석했고아직 공간되지 않은 관계자 수백 명의 생생한 인터뷰 녹취록을 참고했다해박한 언론인의 객관적 시각을 잘 유지하면서 흥미진진하게 그 당시 역사를 마치 소설처럼 묘사했다. 600여 쪽이지만 금방 읽히는 역작이다에피소드 하나. YSDJ 대신에 당권을 맡은 신민당 이민우 총재가 이른바 이민우 구상을 밝히는 등으로 말을 안 듣자 그냥 일제히 탈당을 해서 통일민주당을 만드는 돌파 장면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싫든 좋든 정치는 가장 강력하고 궁극적인 문제해결의 수단이다. 정치는 바른 사람이나 착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이유다. 이 시대 문제를 정확하게 찾아내서 해결하고 미래를 대비할 줄 아는 사람 말이다. 정치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문제의 해결사, 미래의 설계사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미래를 제대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과거를 직시(直視)함으로써만 미래를 투시(透視)할 수 있다.’(김종필 증언록 1266) 대통령 소속으로 역사자문위원회를 두어야 하는 이유다. 국사편찬위원회를 역사자문위로 확대 개편하는 것도 좋겠다.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23-08-07

조회수5,778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

11월에는 노는 날이 없다?-공휴일 몇 개를 재조정하자

● 11월에는 노는 날이 없다?- 공휴일 몇 개를 재조정하자 어린이날-5월 첫째 월요일. 현충일-6월 첫째 월요일. 개천절-10월 첫째 월요일. 한글날-11월 첫째 월요일. 뭐 이런 식으로 조정하면 어떨까? 날씨 좋을 때 3일 연휴를 만들어주면 경제 효과도 대단할 것이다.

Date 2023.10.26  by 황정근

부가가치세 세율 차등화 방안

●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부가가치세 세율 차등화 방안  부가가치세 세율은 현재 일률적으로 10%다(부가가치세법 제30조). 수기(手記) 영수증 시대에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산화가 거의 완벽하게 되어 있고 카드 거래가 대부분이므로, 이제는 5%, 10%, 15% 식으로 차둥화할 수 있다. 내가 조세전문가가 아니지만, 예컨대 서민층과 밀접하게 관련..

Date 2023.10.26  by 황정근

멘토-윌리엄 슈어드

● 멘토 - 윌리엄 슈어드  대통령은 탁월한 멘토를 가까이 해야 한다. 거의 모든 중요사안을 믿고 상의할 수 있는 역량, 인품, 유능함, 애국심, 겸손을 두루 갖추고 사심 없이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큰형님 같은 멘토 말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멘토는 거의 유일무이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윌리엄 슈어드 국무장관이다. 뉴욕 출신 월리엄 슈어드 (..

Date 2023.10.26  by 황정근

국회 회의장 팻말, 야유, 고성 금지 ㅡ 국회법에 명문화 해야

● 국회 회의장 팻말, 야유, 고성 금지ㅡ 국회법에 명문화 해야국회 회의장에서 팻말, 고성, 야유 금지는 만시지탄이지만 잘 한 결정이다.신사협정으로 그치지 말고, 차제에 국회법에 명문 규정을 두어 위반시 징계나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예전에 국회의원들이 주말마다 지역구민 결혼식 주례를 하느라 진땀을 뺀 적이 있었는데, 공직선거법에 주례 금지 및 ..

Date 2023.10.26  by 황정근

대법원장권한대행은 대법관 제청을 할 수 있는가(긍정)

●대법원장권한대행은 대법관 제청을 할 수 있는가(긍정)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한 후 이균용 대법원장후보자가 여소야대의 분점정부 아래에서 국회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현재 대법원장은 공석이다. 법률적으로 대법원장에게 ‘사고’가 생긴 것이 아니라 ‘궐위’ 상태에 빠졌다. 법원조직법 제13조 제3항은 ‘대법원장이 궐위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

Date 2023.10.12  by 황정근

대법원장 공백 사태의 해법 - 자문위 구성 방안

●대법원장 공백 사태의 해법-자문위 구성 방안  내가 2023년 3월 법률신문 칼럼에서 처음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추천·제청 절차의 제도화’를 주장하였다. https://www.lawtimes.co.kr/opinion/186166?serial=186166  그 때 나는 대법원장·헌재소장 공백 사태의 발생 가능성을 예견했고, 그래서 미리 대비하자고 했다. 정략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제 그런 사태가 현실화되었다. 서..

Date 2023.10.11  by 황정근

연구관 검토보고서 사전열람제를 도입하자

연구관 검토보고서 사전열람제를 도입하자형사소송법 제35조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소송계속 중 관계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162조는 ‘소송기록’의 열람·등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상고이유 쟁점이 복잡한 경우 대개는 재판연구관이 검토보고서 및 의견서(판결문초안)를 작성하여 대법관에게 ..

Date 2023.09.07  by 황정근

누구에게나 행복한 세상

누구에게나 행복한 세상형! 좋은 인물을 뽑으면 세상이 달라지고 나라가 바뀐다고 했는데, 이 말은 형과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형과 같이 참신하고 유능하고 장래성이 큰 기대주들이 총선을 통해 속속 등장하는 걸 보면, 그래도 우리나라는 천운이랄까 국운이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형이 어떤 소명을 깨닫고 현실을 박차고 일어나 봉사와 헌신의 길을 가고자 한다..

Date 2023.09.02  by 황정근

2023헌라3 노란봉투법 권한쟁의 변론문- 2023년 8월 22일

○ 이미 변론을 종결한 ‘방송3법’ 관련 2023헌라2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과 쟁점이 동일합니다만, 이 사건 법률안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파급력은 사실 방송3법에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노사문제의 근간을 건드리는 중요한 입법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근본적인 노동개혁과는 거리가 먼, 거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아주 편파적인 입법입니다.○ ..

Date 2023.08.22  by 황정근

포틀래치(potlatch) - 선물의 정치학

포틀래치(potlatch)- 선물의 정치학포틀래치는 ‘식사를 제공한다’, ‘소비한다’는 뜻이다. 북서부 아메리카 인디언 사회에서는 출생, 성년식, 결혼식, 장례식, 추장 취임식, 집들이 때 손님들을 초대해 온갖 음식과 선물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그런 의례를 포틀래치라 한다. 인디언 사회에서는 재물을 베푸는 것이 의무였는데, 누가 더 ..

Date 2023.08.09  by 황정근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최근 정치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1 대 1 표결해야 하느냐’라거나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실언을 했다가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무엇인가. 명언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윈스턴 처칠) ‘과거를 지배하는 사람이 미래를 지배한다...

Date 2023.08.07  by 황정근

선출직 고위 공직자의 직업윤리

● 2023년 7월 26일자 발표문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당원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에 대해 당원권정지 10개월의 징계를 의결하였습니다.지난 15일 재난상황에서의 골프행위와, 그 후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게시한 17일과 18일의 SNS 글, 그리고 17일 국회에서 한 언행은 모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규정 제20조 제2호의 징계사유 즉 ‘당의 윤리규칙을 위반하여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

Date 2023.08.04  by 황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