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제주도민들은 광주로 가서 고등법원 재판을 받았는데, 1995년에 제주지방법원에 원외재판부,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를 설치함으로써 제주에서 고등법원 재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마치 계란 세우기와 같은 일인데, 그 후 각 지역에서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쳐 지금은 대부분의 도청소재지에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되어 있다.
지역주민들과 지역법조계의 호평 속에 잘 운영되고 있어 이러한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경기도청이 소재한 수원시의 주민들은 고등법원 재판을 받으려면 서울까지 가야 한다.
이에 경기중앙변호사회를 중심으로 하여 ‘경기고등법원 유치 범도민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2011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에 ‘경기고법 미설치는 헌법 제27조의 재판받을 권리와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까지 청구하였다.
경기고등법원 신설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도 적극 찬성하고 있고, 전국 13개 지방변호사회도 2011년 9월 15일 성명을 통해 경기도민들의 경기고등법원 유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제 대법원과 국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현재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 5개의 고등법원이 설치되어 있고, 춘천, 청주, 창원, 전주, 제주에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제 고등법원 재판부가 없는 지방법원 소재지는 수원, 의정부, 인천, 울산 4곳밖에 없는 셈이다.
사실 서울고등법원은 수원지방법원과 인천지방법원 및 의정부지방법원까지 관할하다 보니 지나치게 비대화하였다.
2011년의 경우 서울고등법원 사건 중 수원지방법원 관내 사건은 7,219건이나 된다. 이는 대전고법 3,955건, 광주고법 3,891건, 대구고법 2,758건에 비해 많고, 부산지법 관내 사건수보다 11.9%나 많다. 경기도 주민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경기고등법원 신설 방안은 일리가 있다.
다만, 경기고등법원 신설 문제만 검토할 것은 아니다. 이제는 수원, 의정부, 인천, 울산에서도 고등법원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올바른 방향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지방법원 소재지에서 고등법원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제 법원의 구조와 관할을 근본적으로 개편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모든 지방법원 소재지에서 고등법원 재판이 가능해지면, 과연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할 시점이다.
궁극적으로 하나의 지역법원에서 제1심 재판과 항소심 재판을 하면 그만인 것이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구분도 불필요하고, 광역법원으로 단순화하면 된다. 예컨대, 충청북도 소재지인 청주시에는 ‘충청북도법원’을 두고, 울산광역시에는 ‘울산광역시법원’을 두면 된다. 거기서 1심 재판과 항소심 재판을 함께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1광역시·도 1법원 원칙이 관철될 수 있다. 현재 경상북도, 충청남도, 전라남도에는 지방법원이 없는 셈인데, 각 도청의 이전과 병행하여 대구·대전·광주지방법원과 분리·독립된 경상북도법원 등이 신설되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2011년 9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재판절차의 구조와 심급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하였다.
경기고등법원 신설 문제를 포함하여 관할과 심급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신속히 착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