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로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당선무효 여부에 관련된 선거범죄 재판은 1·2·3심 모두 각각 두 달 안에 처리해 6개월 내에 확정판결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사법부의 방침이자 거의 확립된 실무 관행이다.
선거법을 위반한 당선인의 자격을 조기에 박탈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을 확보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고, 이러한 자격박탈조치는 실제로 선거부정에 대한 형벌 이상의 효과적인 사전억지력이 된다.
베이컨(Bacon)의 「사법은 신선할수록 향기가 높다」는 경구야말로 선거범죄 재판에 적확히 해당되는 말이다.
당선의 효력에 영향이 있는 자에 대한 재판을 최대한 신속히 하여 선거결과를 빨리 안정시키고, 부정선거를 한 자를 공직 수행에서 조기에 배제하여 재선거를 신속히 시행할 수 있게 하며, 신속한 재판을 통하여 부정선거와 선거부패에 대한 일반예방적 효과를 실효성 있게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서는 선거범죄 재판의 신속한 진행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빨리 재판을 끝내는 것은 방어권과 변론권을 침해하고 충실한 심리․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재판기간은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인데, 나는 이 규정만 엄격하게 준수하여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4월 총선 후 그 해 10월에 재선거를 치루기 위해 9월 말까지 확정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어차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그 다음해 4월에 재선거를 치룰 수 있도록 총선 다음해 3월까지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는 재판 속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총선 다음 해 4월의 재선거 일정에 맞추어 재판을 신속하고도 충실하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12년 8월 선거범죄 양형기준을 제정하였다. 선거범죄 양형기준은 형종 및 형량 기준과 집행유예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선거범죄에서는 이런 체계가 맞지 않다. 선거범죄에서는 실형이냐 집행유예냐를 고민할 사건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집행유예냐 벌금이냐, 당선무효형이냐 당선유효형이냐, 당선무효형이냐 선고유예냐가 양형의 핵심이다. 양형기준도 다른 범죄와는 달리 권고형으로 벌금형이 들어 있다.
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도6138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선거범죄에 관하여,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자백하지 않는 경우에도 선고유예를 할 수 있으며, 대법원은 선고유예의 요건인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 관한 원심판단의 당부를 심판할 수 없다고 하여, 사실심의 선고유예 재량권을 상당 정도 인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 벌금 500만원 이상)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법관은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도 있고, 법을 위반한 피고인으로서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의 선고도 피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헌재 2009. 10. 5. 선고 2008헌바168 결정).
선고유예 여부가 가지는 엄청난 영향에도 불구하고 선고유예 여부를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 판단에 맡기는 경우 선거별, 재판부별, 법원별로 양형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있다고 본다. 작량감경해도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50만원이 하한인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양형기준 제2유형)에 대한 선고유예 기준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대한 기준이 양형기준에 구체적으로 설정되어야만이 양형기준 제정이유에 부합하고 실효성도 있을 것이다. 양형기준은 낙선목적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감경영역에서 최하 벌금 300만원인데, “선고유예” 판결은 양형기준 이탈이 된다.
그 동안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엄벌에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 오히려 너무 과도한 형벌이 가해지는 측면이 있다. 선거범죄 양형기준의 경우도 종래의 양형실무 사례보다 규범적으로 더 강화한 내용이고, 결국 엄정한 당선무효형의 선고를 권고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앞으로 제19대 국회의원 총선 선거범죄의 경우 엄벌 일변도의 획일적 실무처리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법원은 전국선거범죄전담재판장회의를 통하여 지난 제18대 국회의원에 대한 재판의 항소심에서 제1심의 당선무효형을 당선유효형으로 감형한 예가 전혀 없을 정도로 획일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당선무효형 확정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15명의 제18대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건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미한 사안에 대해 100만원 이상의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경우도 있다.
양형기준은 권고적 효력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재판실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양형에 대한 심리와 판단은 양형기준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한편 법관의 양형기준으로의 도피 현상과 양형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결여, 엄벌주의적 경향 강화에 기인한 피고인과 변호인 측의 불만의 고조 등의 부정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양형기준이 너무 당선무효형을 유도하는 식으로 되어서는 곤란하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판결 확정시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없어지는 범죄로는 선거범죄,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부정수수죄가 있다. 발생 빈도, 중요성 및 실무상 필요성 등에 비추어볼 때,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위반 죄 중 정치자금부정수수죄(정치자금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치자금을 수수한 자)에 대한 양형기준이 선거범죄 양형기준과 함께 설정되면 좋을 것이다. 뇌물수수죄와 유사하게 수수한 불법정치자금의 액수에 따라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적합하다. 정치자금부정수수죄 하나만 가지고 별도로 양형기준을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선거범죄 양형기준에서 대상범죄로 ‘정치자금부정수수죄’를 추가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선거범죄 양형기준을 설정할 때에는, 양형기준이 구약식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합의부 관할인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약식기소가 불가능(통설)하여 당선유효형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도 검사는 기소유예나 약식기소를 하지 않고 정식기소를 하고 있다는 점이 양형기준 설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양형기준이 너무 당선무효형을 권고하는 쪽으로 가면, 재판실무가 너무 경직될 수밖에 없다. 당선유무효가 경쟁상대방의 고발 여부나 검찰의 기소 여부에 좌우되게 되면, 구체적인 사안에서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기부행위는 선거일과 관련하여 시기별로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04년 선거법 개정 이전에는 선거일 전 180일 이내의 기부행위만 제한했다가 개정 후 상시제한으로 변경하였다. 양형기준은 ‘선거일에 임박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하고 있는데, 이와 병행하여 ‘선거일 전 180일 이전의 행위’를 특별감경인자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양형기준은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이외의 관례적·의례적 행위’를 특별감경인자로 하고 있는데,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이외의 관례적·의례적 행위 또는 직무상 행위’로 수정하였으면 한다. 양형인자의 정의에도 공선법 제112조 제2항 이외의 ‘직무상 행위’ 개념을 하나 더 열거해 주어야 한다. 의례적 행위는 아니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식 내부 검토 및 결재 절차를 거친 공무 수행이 경우에 따라 기부행위로 기소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