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오늘 날 디딤돌 위의 방석
- 센 리큐의 정성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다도 행사를 위해 다두(茶頭)·다성(茶聖) 센 리큐(千利休: 1522-1591)의 저택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날 눈이 내렸다. 리큐는 정원의 디딤돌 위에 각각의 돌 크기에 맞는 방석을 모두 올려놓았다. 다음날 아침에 눈이 그쳤고 리큐는 히데요시가 오기 전에 방석을 모두 치웠다. 히데요시는 정원을 거쳐 현관까지 걸으며 눈 쌓인 정원에 디딤돌에만 눈이 쌓이지 않은 멋진 경치를 보고 감탄했다.
오다 노부나가의 신발을 옷 속에 품어서 따뜻하게 해놓았던 그 히데요시가 아닌가.
헤엄치는 오리발처럼 자신의 노력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주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리큐의 다실은 출입구가 가로 세로 1m였다고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허리를 굽이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고, 장군도 큰 칼을 차고는 들어갈 수 없도록 말이다.
센 리큐의 명언 하나.
“나는 오로지 아름다움에만 머리를 조아린다.”
장편소설 야마모토 겐이지(권영주 옮김), 『리큐에게 물어라』 (문학동네, 2010)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