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알아보는 눈
에피소드1.
1966년 9월 리처드 닉슨 전 부통령(1953-1961 재임)이 1박 2일로 방한했다. 외교 전문가 닉슨은 전세계를 순방 중이었다.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에게 만찬을 요청했다. 박대통령은 닉슨을 이미 한 물 간 정치인으로 보고, 그의 만찬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사실 닉슨은 1961년 대통령 선거에서 케네디에게 패하고 이어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연달아 패배한 후 뉴욕 로펌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1968년 대선에 출마할 거물 정치인이었다. 실제로 그는 1968년 대선에서 승리하여 1969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 해 8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은 부랴부랴 샌프란시스코까지 찾아가 휴가중인 닉슨을 만났는데, 로비 영접도 없는 푸대접을 받았다. 만약 그때 닉슨과 만찬을 하며 친분을 쌓아두었더라면...
에피소드2.
1977년 9월 집권 2년 전의 마거릿 대처 보수당 대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대처가 총리가 되기 전에 낙마할 것으로 보았고, 대처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대처는 1979년에 당당히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어 1990년까지 집권했다. 그 정도 판단력을 가진 카터는 재선에 실패했고, 레이건이 등장하여 대처와 찰떡궁합이 되어 소련 붕괴로 가는 길을 함께 걸었다. (2024년 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