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사건 원고 측 대리인 황정근 변호사, 에세이 ‘이 남자를 조심하세요’ 발간
이 남자를 조심하세요
제목과 저자 이름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기자가 아는 ‘그분’이 저자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저자의 명성이나 기존에 발간했던 책들에 비해 너무 말랑말랑한 제목이 달려 있었다.
저자 소개를 보니 ‘그분’이 맞았다. 2017년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을 대표하는 총괄팀장으로 탄핵을 이끌어냈고, 최근 몇 년 간 계속 대법관 물망에 오를 정도로 법조계 내 경력이 뛰어난 ‘그분’이었다. 평소 법률신문과 페이스북 등에서 논리적인 글쓰기를 선보여 ‘법조계 논객’으로도 불리는 저자가 왜 이런 ‘야릇한’ 제목의 책을 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책장을 넘겼다.
과거 중국과 한국 선비들은 50세, 60세 등 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의 삶과 평생의 철학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자술(自述)’이란 책을 남겼다. 이 책은 바로 그 ‘자술’과 같다.
경북 예천 ‘시골 중에 상시골’에서 태어나 고된 서울 유학 끝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사연,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을 다니면서 아내인 김용희 평택대 교수를 만나기까지의 연애사, 만 15년간 판사로서 지내면서 ‘영장실질심사제’ 도입의 주축 역할을 맡은 법원 시절 이야기, 이후 국내 굴지의 로펌인 ‘김앤장’으로 옮겼다가 자신의 법무법인 소백을 세우면서 맡았던 정치와 선거 사건의 내막 등이 편년체로 담겼다. 여기에 저자의 가치관과 철학이 녹아 있음을 물론이다.
특히 한국 정치사와 법조사에 있어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탄핵 사건 당시의 뒷얘기가 흥미진진하다.
인생의 굴곡을 풀어낸 에세이라고 보기엔 묵직하고, ‘딱딱하다’는 법조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보기엔 너무 재밌다. 책의 제목을 왜 이렇게 ‘야시시’하게 지었는지는 맨 끝에 나온다. 힌트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그의 아내 덕이라는 점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