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증인의 변호인 - 변호사의 증인신문 참여권

요즘은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이 조사받을 때도 변호사를 대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과거에 피의자 변호인의 조사 참여를 허용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행정관청의 조사 절차에서도 변호사의 조사 참여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그러면 증인이 변호사를 증인신문에 대동하여 동석하게 할 수 있는가.

실제로 형사법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증인신문 때 증인의 변호인이 동행하여 증인신문에 참여·동석하겠다고 신청하였다. 피해자가 아닌 대향범 관계의 공동피고인이 증인으로 채택되어 변론이 분리되었고, 증인신문이 시작될 무렵, 변론이 함께 열려 공동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출석하고 있었던 그 증인의 변호인이 증인의 심신 상태에 비추어 증인이 현저하게 불안 또는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하면서 증인 옆에 동석하겠다고 신청하였다.

재판장은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해 하다가 검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검사는 법령상 허용하는 명문 규정이 없으니 불가능하다고 반대하였다. 형사소송법 제163조 제1항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변호인이란 피고인의 변호인을 의미하고, ‘증인의 변호인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판장은 법정에서 합의부원과 잠시 합의를 한 끝에 증인의 변호인의 증인신문 참여권은 피해자에 한하여 인정되므로(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증인 바로 옆에 동석할 수는 없고, 다만 방청석으로 내려가지는 말고 변호인석에 그대로 앉아 있으라고 결정하였다. ‘법원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증인의 연령, 심신의 상태,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증인이 현저하게 불안 또는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직권 또는 피해자·법정대리인·검사의 신청에 따라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1). 변호사도 신뢰관계인에 포함된다(형사소송규칙 84조의3)는 규정에 따른 결정이다. 전에 헌법재판소 탄핵재판 때도 증인의 변호인이 미리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허용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증인의 변호인에게도 증인신문 참여권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도 그 역사를 살펴보면 형사소송법령에 아무런 규정이 없을 때 수사실무(대검찰청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와 대법원판례(2003402)가 먼저 인정하고 나서 2008년에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로 입법화되었다. 현재 수사 단계에서 참고인 조사 때도 참고인의 변호인의 참여권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피해자가 아닌 증인의 경우도 그의 연령, 심신의 상태,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증인이 현저하게 불안 또는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만약 증인이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재판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증인과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재판 진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증인신문에 변호사의 동석을 허용하더라도 그 변호사는 법원·소송관계인의 신문 또는 증인의 진술을 방해하거나 그 진술의 내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이 당연하여 증인신문에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피해자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3항 참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변호사의 증인신문 참여권을 이제는 실무상 널리 인정하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호사의 증인신문 참여권에 대해 전향적으로 형사소송규칙이나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제도화하였으면 한다. 시작이 어렵지 일단 한번 시도해보면 그것이 또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인권보장의 역사다.

(법률신문 2023년 5월 30일자)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23-05-24

조회수6,439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

휴일과 야간에도 잠들지 않는 법정

존경하는 제주지방법원 최인석 원장님은 직접 소액재판을 담당하고 있는데, 야간 재판을 시행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뉴스를 오늘 보았다. 우리나라 재판제도 중 가장 성공적인 제도를 꼽으라면 소액재판이다. 1973년 9월 1일부터 시행된 소액사건심판법은 90% 이상의 민사소송사건을 간이한 절차에 의하여 처리함으로써 신속한 분쟁해결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판결이유..

Date 2017.09.01  by 황정근

심불의 추억(2)

대법원과 관련하여 변호사들이나 국민들에게 개혁방안 중 단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심리불속행 제도일 것이다.심불 제도를 존치한다고 하더라도, 심불을 해서는 안 되는 중요 사건을 무더기로 심불 처리하면 어떻게 할까?대법원이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하면 어떻게 구제받을까?실제로 심관은 상고이유가 ‘헌법위반’ 단 하나뿐인 사건에서 심불기각 판결을 ..

Date 2017.08.13  by 황정근

[검‧경 수사권 조정, 군사법원법에 해답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군사법원법에 해답이 있다] 1961년 군사혁명 당시 해외유학 경험이 있는 군인 숫자가 민간인 유학경험자 수보다 많았다. 박정희-김종필-전두환-노태우 모두 미국에서 유학을 한 군인들이었다. 김종필 회고록을 보면 625전쟁 중임에도 미국 유학을 떠났고, 1950년대 미국의 번영을 직접 목격하고 대한민국을 그런 선진국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비장한 다짐..

Date 2017.07.22  by 황정근

70주년 제헌절부터는 <헌법의 날>로

[제헌절 단상 - 70주년 제헌절부터는 <헌법의 날>로!]심관이 일본 최고재판소와 도쿄지방재판소를 업무차(=국민 세금으로 놀러간 것이 아님) 방문한 것은 1997년 5월, 딱 20년 전이다. 그 때 보니 일본은 마침 헌법시행 5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기획 행사가 있었다. 총리부(總理府) 주관으로 도쿄 도심의 황궁 옆 국립공문서관에서는 1997년 5월 1일부터 보름 동안  `..

Date 2017.07.17  by 황정근

법관의 제일 덕목, 겸손

법정 안에 있는 소송관계자 중에서 사실관계와 가장 멀리 있는, 어떻게 보면 실체진실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법관이 자신이 사건을 가장 잘 아는 것으로 자신만만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짜놓은 논리에 빠지면 당사자들 앞에 오판이 생깁니다.재판관은 자신이 가장 사실관계를 모른다는 겸손함을 견지하고 소송당사자의 주장을 세심하게 경청해야 그나마 오판을 줄일 수 있습니..

Date 2017.07.17  by 황정근

북핵 해법은 '부저추신(釜底抽薪)'

부저추신(釜底抽薪)ㅡ  내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하도 답답하여, `북핵 무력화 방안`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봤습니다.북 핵과 미사일을 虛로 만드는 무력화 비밀병기(방책)를 찾아야 하는데, `압박과 제재 및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것이 수사학으로는 그럴싸 하지만 실효성이 없고 사실은 허망합니다.성균관대 유필화 교수님의 <승자의 공부>를 읽으면서 힌트를 ..

Date 2017.07.11  by 황정근

'책임총리' 운용 방안 - 2016년 10월 29일

`책임총리` 운용방안                                     □ 대통령과 국회로부터 二重的 信任에 기초한 ‘새로운 총리’觀 1 대통령의 命을 받아 행정각부를 統轄 : - 현재의 정국상황에 따라 대통령과 권한분점 필수 2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Date 2016.10.29  by 황정근

북핵에 대한 상응조치

대한민국의 안보 및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책임진 분들에게 묻습니다.북핵에 대해 그것에 딱 맞는 상응조치(correspondent measure)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세요.대통령님, 북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얻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소서.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비상시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이 시기에 비상한 대책, 북핵에 상응하는 조치는 무엇일..

Date 2016.09.12  by 황정근

국회위원 300명, 로마 원로원 의원 300명

`새 국회가 일할 4년은 참으로 중차대한 시기다. 300명 선량들이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Leonidas)가 이끌던 전사들처럼 테르모필레(Thermopylae) 협곡에서 순직할 각오로 일해 주길 기대한다.` -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 (동아일보 2016년 5월 7일자 칼럼).  레오니다스의 전사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와 같은 300명이라는 것이다. 고대 로마 원로원 의원도 300명..

Date 2016.05.08  by 황정근

케이블카에 대한 발상의 전환

케이블카에 대한 발상의 전환 -스위스 2,470대 vs 대한민국 115대.  `통영시 미륵산 케이블카 8년 만에 1000만명을 돌파` 뉴스를 보면서 `창조적인 역발상`과 `건설적 파괴`가 경제를 살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국토의 70%가 넘는 울창한  산을 가진 우리나라도 발상을 전환하여 그린벨트 규제 완화 및 케이블카 설치 확대로 나아가야 합니다.&nbs..

Date 2016.04.25  by 황정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결과에 대한 단상

국민은 역시 위대하다, 무섭다 : - 정치권 특히 여당에 대한 ‘민란 수준의 절망’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기권과 투표로 표출- 국회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국민은 역시 현명한 선택과 심판을 했다.- 국민의 삶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는 국가의 핏줄이다. 그것을 미래지향적으로 만드는 국회는 중요한 기구다.   20년 만의 3당 정립(鼎立) : ‘스윙 보터’ 제3당..

Date 2016.04.14  by 황정근

변호인에게 형사판결문을 안 보내주는 대한민국

형사소송규칙 제148조는 “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판결을 선고한 때에는 선고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피고인에게 그 판결서등본을 송달하여야 한다. 다만, 불구속 피고인과 형사소송법 제331조의 규정에 의하여 구속영장의 효력이 상실된 구속 피고인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송달을 신청하는 경우에 한하여 판결서등본을 송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97년 1월 1일 시행된 형사소송..

Date 2016.04.13  by 황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