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0만원이 ‘소액’인가?
순천 출신 박보영 전 대법관님이 낙향하여 3,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을 다루는 여수시법원 판사가 되기를 자청하였다. 이 소식은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년 법조인의 일자리 하나가 없어졌다는 견제도 있지만, 국민여론은 우호적이다.
1973년 시행된 「소액사건심판법」은 90% 이상의 민사소송을 간이하게 처리함으로써 신속한 분쟁해결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 재판제도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을 꼽으라면 단연 소액사건심판제도다.
판결이유를 적지 않고 상고를 제한함으로써 민사사건의 대부분을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그동안 법원의 인적·물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만약 45년 전에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사건 적체는 해소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법조 선각자의 혜안과 창의력에 찬사를 보낸다. 우리나라 소액사건심판 제도가 성공하는지 유심히 관찰한 일본은 2000년도에 들어와 민사소송법에 소액사건심판특례를 도입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숨어 있다.
우리나라 소액심판사건 기준 3,000만원은 선진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하면 ‘소액’이 아니라 너무 ‘고액’이다.
3,000만원짜리 사건에 대해 소액사건으로 분류하여 판결이유를 안 써주고 상고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다.
우리 서민들에게 3,000만원은 연봉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고액일 수 있다.
따라서 ‘소액사건심판법’이라는 법률 이름을 그대로 두려면 소액사건 기준을 1,000만원 정도로 낮추어야 한다. 만약 3,000만원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소액사건심판법’의 법률이름을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소액사건의 기준을 외국의 예에 따라 1,000만원 정도로 낮추고, 그렇게 하여 이제 간이절차로 처리할 수 없게 되는 1,000만원- 3,000만원 구간의 ‘새로운 중액사건’을 담당할 법관을 대거 충원하였으면 한다.
현재 남아도는 청년변호사의 일자리를 법원이 좀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수십조원인데, 그 중 1천억원만 배정해주면 법관 300명을 증원할 수 있다.
법관이 늘어나면 이에 따른 지원인력도 늘어난다.
어느 나라, 어느 시기에나 ‘문제는 바로 경제다.’ 문제는 바로 일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