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보고서를 던져버려야 하는 이유
2005년 9월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화두는 공판중심주의였다. 판사는 공개 법정에서 구두 변론을 통해 유·무죄의 심증(心證)을 형성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수사기관이 만든 조서에 의존하는 종래의 ‘조서재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6년 9월 일선 법원에 가서 거칠게 말했다. “수사기록을 던져버려야 한다.”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여먹으려고 장난치는 것이다.” 검찰과 재야법조의 반발을 샀지만 맥은 제대로 짚었다. 공판중심주의의 정착은 이용훈 사법부의 업적이다. 법정에서 증인의 ...more
기부 권하는 사회로 가는 길, 공화(共和)의 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작년에 1조원 어치의 주식을 실리콘밸리 커뮤니티재단에 기부하여 미국의 기부왕에 올랐다. 빌게이츠재단은 자산이 무려 38조원이다. 미국은 기부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이른다. 홍콩 청콩그룹의 리카싱 회장은 재산의 3분의 1인 10조원을 기부한다고 한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개인기부액은 4조 4297억원이다. 13세 이상 국민 1인당 10만원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직 기부에 너무 인색하다. 기부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고 기부를 장려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미국 수준으로 ...more
'데드락' 정치, '골디락스' 정치
사다리를 올라가려는 사람과 내려가려는 사람이 서로 양보 없이 마주쳐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교착상태가 바로 ‘데드락’(deadlock)이다. 상법 제520조에서는 법률가에게도 낯선 용어이지만 ‘정돈상태’라고 한다. ‘정리정돈’의 그 ‘정돈(整頓)’이 아니라 ‘정돈(停頓)’이다. 두 명이 50%씩 투자하여 주식회사를 차렸다고 치자. 회사경영의 목표와 이상을 공유하면서 함께 사다리를 올라갈 때는 동업체가 잘 굴러간다. 그러나 사이가 틀어지면 회사가 마비된다. 이것이 바로 정돈상태다. 목표를 망각하고 한쪽이 몽...more
국민을 위한 개헌, 그 네 가지 원칙
최근 들어와 국가개조 차원에서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제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문기관인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올 5월 23일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헌법개정안을 의장에게 보고한 바 있다. 현재 여·야 국회의원 155명으로 구성된 ‘개헌추진국회의원모임’도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 개헌특위(헌특) 구성 방안이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에는 경제 살리기에 다 걸기 해야 할 시점에서 개헌은 모든 사안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시기상조론이 버티...more
역사는 현재를 위한 판례집
미국에 ‘퀸 이매뉴얼 어쿼트 앤드 설리반’(“QE”)이란 긴 이름을 가진 로펌이 있다. 최상급 소송 전문 로펌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소송에서 삼성전자를 대리하여 유명해졌다. QE는 승소율이 약 90%다. 파트너 1인당 수익(PPP)도 글로벌 로펌 중 최상위권이다. QE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QE 변호사들은 법정에 나가기 전에 모의재판을 한다. 재판부와 상대방 역을 분담시켜 모의재판을 해보고 나서야 법정에 나간다. 그들은 치밀한 준비와 시뮬레이션을 통한 객관성 확보가 승소를 보장한다고 믿는다. 현재는 미래의 역사적 심판...more
‘하크니스 테이블’이 원탁인 이유
미국 뉴햄프셔 주에 명문고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가 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졸업한 학교다. 재벌 자선사업가 에드워드 하크니스가 1931년 이 학교를 찾았다. 획기적인 새 교육방법을 고안하는 것을 조건으로 거액의 기부를 약속했다. 학교는 타원형 탁자에 교사 1명과 학생 12명이 둘러앉아 토론식 수업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예수가 열두 제자에게 한 교육방식과 비슷하다. 원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보며 토론할 수 있는 취적의 상황이다. 하크니스는 만족하며 거액을 기부했다. 이것이 하크니스 테...more
현대판 '징비록'을 다시 써야 하나
학창시절 역사를 공부할 때 연도를 암기해야 했다. 그때 외운 것 중에 ‘조선 건국 1392년, 임진왜란 1592년’이 있다. 200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역성혁명과 임진왜란은 격동의 시기였기에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다루어졌다. 올해의 대하드라마 ‘정도전’, 2004년의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 이어, 영화 ‘명량’은 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와 김탁환의 『불멸』에도 열광했다. 나라를 세운 사람이나 나라를 구한 사람을 조명함으로써 이 시대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울 지도자에 대...more
국정운영 성공의 비책
많이 달라졌지만 제왕적 대통령이니 만기친람이니 하는 말이 아직도 회자된다.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국가경영의 비책은 무엇일까. 헌법의 ‘공화’(共和, republic)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제1항이다. 여기서 공화란 무슨 뜻일까. 학창 시절부터 늘 궁금했다. 민주공화국은 민주국과 공화국을 합친 말이다. 교과서에는 공화국이란 비(非)군주국을 말한다고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런 소극적 의미만 있을까. 필자의 세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내내 민주공화당이...more
선거와 엘리트의 어원이 같은 이유
선거(election)와 엘리트(elite)의 어원이 같다는 것은 재미있다. 선거는 정치엘리트를 뽑아서 먹고 살기 바쁜 국민을 대신해 나라 일을 잘 처리해달라고 위임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신한다’는 동사다. 국민을 대표하기 때문에 ‘뛰어난 사람’(elite)을 뽑아야 한다. 뛰어나다는 것은 결국 민심을 읽을 줄 알고 국가경영능력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 선거는 지도자(guardians)를 감시(guard)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나를 대신해서 일해 줄 사람을 뽑는 일, 지금까지 한 일을 평가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당장 투표율이 걱...more
클라이언트는 신이 주신 선물
변호사들은 의뢰인을 ‘클라이언트’라고 부른다. 클라이언트는 광고업계에서 광고주를 말하고, 사회복지, 심리요법 분야에서는 도움을 청해 상담이나 치료를 의뢰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최근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정보를 공급하는 서버의 반대개념으로 클라이언트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클라이언트(client, 의뢰인)와 패트런(patron, 후원자)의 어원은 라틴어 클리엔테스(clientes)와 파트로네스다. 파트로네스와 클리엔테스의 관계는 로마 건국 당시부터 있었다. 기원전 753년 로마를 건국한 초대 왕 로물루스는 100명의 귀족 가부...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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