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작년에 1조원 어치의 주식을 실리콘밸리 커뮤니티재단에 기부하여 미국의 기부왕에 올랐다. 빌게이츠재단은 자산이 무려 38조원이다. 미국은 기부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이른다. 홍콩 청콩그룹의 리카싱 회장은 재산의 3분의 1인 10조원을 기부한다고 한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개인기부액은 4조 4297억원이다. 13세 이상 국민 1인당 10만원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직 기부에 너무 인색하다. 기부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고 기부를 장려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미국 수준으로 기부액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기업의 기부도 늘려야 하지만 우리나라도 개인, 특히 부자들이 기부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부자들은 왜 기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다. 그 답은 존경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보통사람들은 대개 부자를 부러워할지언정 존경하지는 않는다. 부자가 존경받기 위해서는 기부를 해야만 한다. 사실 큰 부자가 된 것은 자기의 노력만에 의한 것이 아니다. 공동체가 기여한 몫이 분명히 있다. 그러니 사실 기부는 부자가 사회공동체로부터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기부는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부하는 사람의 자기만족도를 의미하는 ‘마더 테레사 효과’와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인 채 죽는 것은 치욕이라고 경고하였다.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도 더욱 늘려가야 한다. 세제 혜택이 줄어들면 고소득자의 기부를 위축시킨다. 고소득에 대해 최고 38% 소득세율을 적용하듯이, 고액기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공제율을 더 높여 고액기부를 장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지도층이 먼저 기부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작년 연말 삼성그룹의 임직원들은 ‘신경영 20주년 특별 보너스’(기본급 100%)의 10%씩 합계 1천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초대 대표를 지낸 SKC 최신원 회장이 북한이탈주민을 상대로 의료 상담실을 운영하는 시민단체에 매달 개인 돈을 기부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래서 신선하다.
이제 국가도 기부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25번째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DAC에 가입한 최초의 국가이다. 2012년에는 ‘20-50클럽’(인구 5000만명 이상 25개국 중 1인당 GDP 2만 달러 이상)의 7번째 국가가 되었다.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런데 지난 해 6·25 참전국 필리핀이 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때 겨우 500만 달러를 원조하는 데 그쳤다. 일본이 3000만 달러, 호주가 2000만 달러를 지원한 것에 비하면 너무 적다. 예산 타령을 할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세계공헌국가로서 존경 받는, 품격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눈이 올 때 땔감을 보내주고 목마를 때 물을 준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굶을 때 빵 한 조각을 주는 것은 풍족할 때 금으로 만들어진 산을 선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도 있다.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반드시 도움을 주어야 마음을 얻는다. 대북지원 문제도 북한주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00년에 0.279였으나 2012년에는 0.31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악화 속도가 미국의 3배를 넘는다. 소득분배의 악화와 사회 양극화는 경제성장의 둔화, 저출산·고령화, 실업의 증가, 사회갈등, 범국가적 부채 위기와 함께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요소다. 기로에 선 한국 자본주의를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 넙죽어멈 떡 나눠주듯 하는 복지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진 자의 기부와 양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기부를 ‘제2의 예산’이라고 한다. 흔히 카네기, 록펠러,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이 미국 자본주의를 살렸거나 살리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부에 대한 의식·문화와 법·제도가 모두 한 차원 높아져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기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장려하는 방안을 대대적으로 강구하여야 한다. 이제 시대정신은 인권·민주에서 공동체·기부·봉사로 변했다. 그것은 ‘공화’(共和)의 길, 쉬운 말로 표현하면 ‘다 함께 잘 살기’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