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는 예천에서 보냈다. 연로한 부모님 두 분이 사는 고향집은 ‘경북도청이전 신도시’ 주변지역인 호명면 오천리에 있다. 집의 거실에서 바라보면 멀리 신도시의 주산인 검무산이 보인다. 40여 년 전 까까머리 중학생 때 서울로 유학을 떠났을 때만 해도 고향 예천이 경상북도의 중심도시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신청사 건설 역사(役事)의 현장에도 가보았다. 청와대보다 더 웅장한 청기와지붕의 청사를 보면서 그 위용에 놀랐다. 가히 100년 앞을 내다보고 짓는 청사는 신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호화청사로 지적받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그런데 앞으로 2027년까지 인구 10만의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하는데, 그 신도시의 이름이 아직도 없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전남도청 이전지는 ‘남악신도시’, 충남도청 이전지는 ‘내포신도시’라는 이름이 있다. 지금은 흔히 ‘경북도청이전 신도시’라고 부른다. 아주 무미건조하다. 너무 길고 정체성도 없다.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사물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일이다. 사람도 출생하면 이름을 정성껏 지어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한다. 시인 김춘수는 유명한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읊었다. 이름을 짓고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하나의 존재가 꽃처럼 피어나는 법이다.
이제 경북도청이전 신도시의 이름을 지어주고 그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도청 신도시에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신도시의 역사와 상징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경북도청이전 신도시를 ‘소백(小白, Sobaek) 신도시’로 명명(命名)하였으면 한다. 풍수적으로 검무산은 문수지맥(文殊枝脈)의 끝자락에 위치한다. 소백산의 줄기가 문수산, 학가산, 대봉산, 검무산으로 이어진다. 경상북도는 소백산맥 아래에 있다. 소백산맥의 고개[嶺] 남쪽에 있기에 경상도를 영남(嶺南)이라 한다. 그러니 경북도청이 오는 지역은 ‘소백’이라는 이름을 차지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전에 영주시가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개칭하려다 단양군과 마찰을 빚었을 때 단양군은 ‘소백면’이라면 수용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경상북도에서 소백이라는 말은 상징성이 있다. 소백산맥보다 큰 태백산맥이 있고 강원도에는 태백시가 있다. 여기에 소백신도시가 있으면 운(韻)이 맞는다. 태백에 비하면 소백은 얼마나 소박하고 겸손한 이름인가.
소백신도시에 신설하거나 이전하는 초·중·고등학교의 이름도 ‘소백초등학교’, ‘소백중학교’, ‘소백고등학교’로 하면 된다. 장기적으로 신도시가 시(市) 규모로 발전할 때 또는 안동시와 예천군이 모두 동의하는 ‘대등한 통합 방안’이 마련되어 언젠가 경북도청 소재지를 중심으로 ‘통합 소백시’가 창설될 때를 내다보고, 이제부터 소백신도시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예천신문 2014. 12. 11.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