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개정안에서 이사회 구성의 헌법상 문제점
1. 주요 내용
이 사건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첫째 임명절차를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 추천과 대통령 임명의 2단계에서, 법정 추천단체의 추천, 방송통신위원회의 임명제청, 대통령 임명의 3단계로 변경한 점이고, 둘째 이사의 추천에서 추천단체 및 인원을 법정하였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 사건 법률안은 국회 교섭단체 5명.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한 방송 및 미디어 관련학회 6명,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 관련 단체 6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방식은 공영방송의 공익성·공정성·대표성의 보장을 위한 내적 다원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구체적인 실현 방식에서는 현행 방송법과 같이 포괄적으로 제시하여 인사권자에게 재량을 부여하는 방식과 처음부터 참여하는 분야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2. 쟁점
이사회 구성에 관한 이 사건 법률안은 추천단체로 법정되지 못한 분야 또는 단체에 속한 사람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공영방송의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으며, 법치주의원리의 주요 개념인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 사건 법률안이 그대로 본회의에서 의결되고 법률로 공포된다면 위헌입법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할 이유다.
3. 평등의 원칙 위배
공영방송의 다원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상 법률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인사권자가 재량을 행사하는 방식과 법률에서 분야를 특정하는 방식 중 어느 것이 보다 적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사회에 참여하는 분야를 법률로 특정하는 경우에는 여기에 포함되지 못하여 배제되는 분야나 단체에 대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차별이 합리적이지 않으면 평등의 원칙을 위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나 단체를 추천단체로 정하고, 추천인원을 할당하기까지 하기 위하여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률에 의하여 공영방송 이사회에 원천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분야 또는 단체의 경우에는 평등권의 침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안은 21명의 이사회 구성인원을 국회 교섭단체,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직능단체로 배분하고 있는데, 아무런 합리적인 기준을 찾기 어렵다. 단지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제안이유에서 밝히고 있을 뿐이다.
첫째, 다원성 확보의 가장 핵심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성별, 연령 등의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제46조 제3항 본문에서는 지역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라 추천된 사람을 임명제청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각 호는 전문성과 사회 대표성에 따른 것일 뿐 어떻게 지역성을 고려할지 여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개정안 내의 정합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위 법정단체 이외에도 공영방송의 다원성을 충족시킬 많은 분야 및 단체가 있다. 예컨대 경영회계와 법률은 대표적인 분야이지만,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셋째, 제2호 학회의 경우를 보면, 이 사건 법률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한 방송 또는 미디어 관련 학회’ 또는 ‘지역방송 관련 학회’를 추천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 또는 미디어 관련 학회가 무엇인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하도록 하고 있어 예측이 어렵지만, 일단은 방송과 미디어 관련 학회를 예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송학회나 미디어학회만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관련성이 높다고 하기 어렵다. 방송이나 미디어 연구는 그 외에도 법학,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등 전통적인 사회과학은 물론이고 방송언어학, 방송엔지니어링, 디지털, 정보보호 등 여러 분야의 연구대상이다. 방송학이나 미디어학만이 공영방송을 연구한다는 전제는 전혀 근거가 없다.
넷째, 제4호 방송 관련 직능단체를 보면, 방송기자연합회, 한국피디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3개 단체만 포함되어 있으나, 방송연기자, 아나운서, 방송작가, 성우 등이 속한 다양한 직능단체는 왜 포함하지 않는지 이유를 알기도 어렵다.
4. 명확성 원칙 위배
명확성 원칙은 법치주의의 한 표현으로서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고 만일 법규범이 명확하지 않으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헌법재판소 2014. 7. 24. 선고 2012헌바277 결정 등). 따라서 법문상의 용어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면 이는 법치주의원리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입법이다.
이 사건 법률안은 방송 또는 미디어 관련 학회를 추천단체로 제시하고 있으나 사실 ‘학회’는 법적 개념이 아니다. 현행법상 학술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의 개념인 ‘학술단체’(학술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 학술진흥법 제2조)라는 법적 개념은 존재하지만. 학회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법률은 없다. 학회는 회원의 자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예컨대 로스쿨이나 법과대학에는 ‘헌법학회’, ‘민사법학회’, ‘형사법학회’ 등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술단체인 학회가 있는데, 법인격은 없지만 학교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고 임원, 규약, 활동 등 교내외적으로 실체를 가진 단체로 인정받고 있어서 이를 학회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규모, 재정 상태, 활동 정도, 법인격 유무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학회의 개념과 범위가 이럴진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또는 미디어 관련 학회를 무슨 기준으로 선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인지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하지 못하는 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만일 그대로 입법되어 시행된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학회 선정부터 분란이 생길 것이 분명하여 불명확성으로 인한 법치주의가 훼손될 것이 분명하다.
5.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공영방송의 이사회는 공영방송의 공익성·공정성 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적인 거버넌스임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이사로 참여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법률안이 정한 법정 추천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위 법정단체는 해당 단체 소속의 사람을 이사로 추천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만일 그렇지 않다면 공영방송의 다원성 보장의 취지에 어긋난다) 그 단체에 속하지 않는 사람의 공영방송 이사회 참여의 기회가 자신과는 무관한 사유 즉 법률이 분야를 한정함으로써 공영방송 이사라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은 이른바 단계이론에 따라 직업행사의 제한보다 엄격한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의 입장이다(헌법재판소 1993. 5. 13. 선고 92헌마80 결정 등). 자신의 주관적인 사정과는 무관한 객관적인 사유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은 엄격한 요건을 갖춘 예외적인 경우 즉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를 방어하기 위한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허영, 한국헌법론 전정 15판, 2019, 519면 참조). 이 사건 법률안이 규정한 추천단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을 단지 법률의 규정만으로 이사회 추천의 기회마저 봉쇄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의 과잉제한으로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6. 결론
방송3법 개정안 중 이사회 추천에 있어서 특정한 분야와 단체로 한정함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개념이 불명확한 학회를 법정단체로 정함으로써 법치주의원리에 위배되고, 특정한 분야 및 단체로 한정함으로써 공영방송 이사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잉 침해한 위헌의 소지가 있다. (2024년 6월 26일 황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