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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법조인도 ‘최고법관’으로 영입하자

어느덧 광복 70, 분단 70년이다. 우리나라는 인류 역사상 유례(類例)가 없는 성공과 기적의 역사를 썼다. 그러나 현재 경제성장의 둔화, 실업의 증가, 소득분배의 악화, 저출산·고령화, 규제개혁의 천연(遷延), 사회안전망의 미비 등의 장애물 앞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의 위기요소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사회갈등문제이다. 사회갈등지수 세계 2위다. 사회갈등지수를 OECD 평균 정도로 개선하면 GDP20%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격렬한 쟁점을 동반하는 갈등과 이해 대립은 대화와 타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일수록 행정부나 입법부가 쉽게 해결할 수 없다. 공적 권위를 가진 사법기관의 결정으로써 해소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극한대립과 통치불능의 상태로 갈등해소에 실패하는 위기의 시기일수록 사법부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이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사법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공적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한 나라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법부를 가졌다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투자유치 요인이다.

사법기관이 실기(失機)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사회갈등 해소에 앞장서는 것은 국부를 창출하는 일이다. 사회갈등을 법적으로 적시에 해결하고 경제생활의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설정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공공선(公共善)이다.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이 필요한 이유다. 사법부가 사회갈등 해결능력을 제고하고 공공선을 창출하는 것은 공화주의(共和主義)의 핵심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심화에서 필수조건이다. 헌정체제 내에서 차지하는 사법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 인식을 바로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양화를 통한 재판의 권위 확보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14인의 대법관으로, 헌법재판소는 소장을 포함하여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관급 이상의 예우를 받는 최고법관은 현재 23인이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예외 없이 판사·검사·변호사를 거친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다르다. 현재 15명의 출신을 보면 판사 6, 변호사 4, 검찰관 2, 행정관 1, 외교관 1, 교수 1명이다. 독일 헌법재판소도 16명 중 변호사, 교수, 의원, 공무원 출신을 임명할 수 있고, 8인 재판부 중 직업법관 출신은 최하 3명이면 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요구를 반영하고 법치주의의 심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비법조인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다. 일반국민의 사회적 정의감과 국민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넓은 시야와 탁월한 식견 및 인문학적 소양, 국민과 시민의 인권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창의력, 양자택일 식 결정보다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 그리고 전문가 바보가 아닌 평균적 소인(素人)의 벌크 마인드(하나하나보다 전체를 조망하는 사고)를 수혈 받을 수 있다. 법이라는 망치 하나만 가진 법조인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게 마련이다. 미국 역사상 유명한 대법관은 직업법관 출신이 아니었다. 49 중 어느 숫자가 큰가는 법조인이 잘 가리겠지만, 49 중 어느 것이 좋은가를 가릴 때에는 비법조인의 지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법조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어 달라는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일이다.

헌법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법조인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헌법 제101조 제3항은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11조 제2항은 헌법재판관은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국회가 법률로써 비()법조인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런데 법원조직법 제42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5조 제1항이 각각 법관·검사·변호사 가격이 있는 자로 한정했다. 비법조인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임명하기 위해서는 헌법의 개정 없이 법원조직법과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면 된다. 문호를 개방한 후에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의지를 가지고 좋은 헌법 관행으로 정착시키면 된다. 각각 3분의 1 정도는 비법조인이 들어가도 될 듯하다. 이강국 전 헌재 소장도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 정도는 비법조인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의 최종심으로서 권리구제 기능을 담당하면서도 동시에 헌정체제에서 최고법원의 위상에 걸맞은 정책법원 기능도 추구해야 한다. 개개 사건의 상고심재판을 담당하는 권리구제형 상고법원을 별도로 설치한 후에는 대법원은 정책법원 기능이 우선이므로, 그 시점에서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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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15-08-10

조회수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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