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에 법조계도 미리 대비해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고, 여·야를 막론하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유력 대권후보가 없자, 개헌이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제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 13일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하는 등 국회가 나서서 개헌을 적극 추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민여론도 70% 이상 개헌에 긍정적이라고 한다. 그동안 경제살리기를 이유로 개헌을 반대해온 박근혜 대통령도 ‘권력구조 개편과 생존권적 기본권 확충을 위한 개헌’이 대선 때의 공약 사항이었으므로, 향후 여론의 향배와 정국 상황에 따라서는 개헌 지지 쪽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1987년 헌법을 30년간 시행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개헌은 추진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다.
현재 개헌론은 권력구조를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중 어느 하나로 개편하느냐 하는 문제, 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문제,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보완하는 방안, 지방자치·분권을 강화하는 문제 등을 중심으로 하여 백가쟁명식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 방안은 국민여론도 나뉘어 있고 정치권에서도 쉽게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현행 대통령단임제를 보완하는 수준의 조정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본권의 확충, 삼권분립의 강화, 사법개혁 부분은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개헌이 추진될 수 있다. 특히 사법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 19대 국회의 자문기구에서 낸 헌법개정안 연구보고서를 보더라도 현행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사법개혁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정치권에서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앞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통합 여부, 대법원과 상고법원의 이원화, 헌법재판의 강화, 명령․규칙에 대한 위헌심사권 일원화, 재판소원의 예외적 인정,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 삭제, 선거소송의 헌재 이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외부 개방 등 법조계에서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사항이 쟁점으로 등장하여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향후 본격적인 개헌논의가 있을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법조계도 미리 사법체계 관련 헌법개정사항을 사전에 연구·검토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법조실무계의 준비가 부족하게 되면, 사법제도 관련 개헌이 학자들의 이상론과 정치권의 정략에 따른 타협에 의해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흘러갈 수 있다. 정치권과 헌법학자들만이 아니라 사법제도를 실제로 운영하는 법조계가 중지를 모으고 국민의 입장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개혁방안을 미리 만들어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