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기독교적 전통이 연면히 이어져온 서구에서는 자살 자체를 죄악시하는 경향이 높아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유교적 사생관과 명분을 중시하는 동양권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은 문화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요즘은 노인빈곤으로 인한 노인들의 자살도 문제려니와 젊은 층과 중년의 자살도 빈번하다.
지난 2012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이 시행되었지만, 아직은 그다지 나아지고 있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자살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예산을 보다 확충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자살예방계획을 보다 세밀하게 세워야 할 때다. 자살예방은 보건복지부나 국민안전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법원과 검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수한 학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지위에 오른 젊은 엘리트 법조인의 경우 명예심과 자존감이 특히 강해 엄격한 상명하복 문화와 경직된 상하관계에서 오는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할 확률이 오히려 높을 수도 있다.
우선 구성원들에게 이미 시행중인 ‘자살예방법’의 내용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예컨대 제3자나 스스로가 어느 개인이 자살위험에 노출되었다고 판단할 경우 상급자나 국가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그런 요청을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우울증 예방과 정신건강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도 강구해야 하고, 조직 내부에서 자살위험에 노출된 개인을 조기에 발견해내고 상담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특히 파워 허래스먼트(Power Harassment, 윗사람이 권력을 악용해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일)로 의심되는 자살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자살 자체로 인한 유족들의 아픔도 치유하기 어려운 마당에 그것이 파워 허래스먼트로 인한 자살로 밝혀진다면 이에 상응한 법적 책임을 마땅히 지워야 마땅하다. 최근에 발생한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도 철저히 조사하여,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의 조직문화를 시대에 맞게 일신해야 한다. 부장검사가 지도하고 결재해야 하는 검사 수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부장검사를 증원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검찰 간부의 연소화가 문제라면 평생검사제 정착을 통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법조인도 하나의 직업인인 이상 그가 다니는 직장은 행복하고 만족감을 주는 일터가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