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헌라2
최종변론문
청구인들 대리인 황정근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이 그 헌법상 지위에 근거하여 고유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보유하는 중요한 헌법상 권한이 바로 법률안 심의·표결권입니다.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다수결 원리의 핵심입니다.
이 사건에서 안건조정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보면 안건조정위원회의 안건조정 및 조정안 의결 방법에 그 심사·의결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습니다. 입법절차에서 ‘안건조정 자체의 부존재’에 해당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한인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정도가 너무나 중대합니다.
나아가 적법한 안건조정을 거친 것을 전제로 진행된 그 이후의 모든 입법절차 역시 그 하자가 중대합니다. 피청구인들의 각 가결·선포 행위는 모두 안건조정위원회의 절차상 중대·명백한 하자를 그대로 승계한 것이므로, 어느 것이나 모두 청구인들의 헌법상 권한인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피청구인들의 각 가결·선포행위가 모두 무효인 것에서 더 나아가, 그렇게 탄생한 이 사건 각 법률은 당연히 그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2022년 6월 27일에 법무부장관과 검사 6인이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이 별도로 있지만, 피청구인들을 상대로 한 이 사건에서도 2022년 9월 10일에 이 사건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각 법률의 효력이 없음도 아울러 확인하는 결정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권한쟁의심판에서 위헌결정에 재판관 과반수 찬성만으로 가능하냐는 문제가 있으나, 이번에 선례를 만들면 됩니다. 제 생각에는, 권한쟁의심판에서 인용결정을 함에는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되지만(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본문), 그 인용결정의 내용이 ‘법률의 위헌결정’일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 제113조 제1항이 우선 적용되므로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113조 제1항이 ‘법률의 위헌결정’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소송형태가 헌법소원심판인지 권한쟁의심판인지 위헌법률심판인지는 구별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입법절차는 헌법 제49조의 다수결원리에도 반하기 때문에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영국의 정치학자 어니스트 바커(Ernest Barker)는 <현대정치론>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양(量)과 질(質),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 ‘다수파의 의사는 그것이 다수의 의사이면서도 공정(公正)한 의사일 때에만 모든 사람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민주정치는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그 ‘다수’가 이치에 맞는 방법에 의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면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수결원리는 사실 단순한 ‘수의 지배’가 아니라 자유로운 토의를 통한 ‘이성의 지배’라는 데 그 본질이 있습니다.
만약 다수파가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모든 문제를 결정해버린다면 이것이야말로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말한 ‘다수의 독재’(tyranny of the majority)입니다. 다수당이 표결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합리적인 토의과정을 요식행위처럼 무시해버린다면 그것은 바로 ‘다수의 횡포’이자 ‘다수의 폭력’입니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토의과정’ 없이 어떤 법률안이 다수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통과되는 경우를 정치학자들은 ‘법적으로는 유효,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무효’라고 표현합니다. 말하자면 ‘수술은 성공했으나 환자는 죽어버렸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입법절차에서는 수술도 실패했고 환자도 죽어버렸습니다.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은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모두 무효입니다. 그러한 정치적 무효 상태를 헌법적으로도 확인해주는 역할은 헌법재판소에 맡겨져 있습니다.
입법권은 국가의 의사결정체제에서 헌법상 맨 앞 장(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회 스스로의 자율 교정이나 정치적 해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거기에 고장이 나 있다면 이를 고칠 수 있는 곳은 헌법재판소밖에 없습니다. 국가기능 중 입법에 대해서도 당연히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하고, 그 역할은 결국 헌법질서의 수호·유지 차원에서 헌법재판소가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국회 의사절차의 기준과 한계’에 대해 분명한 헌법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주지 않으면 향후 또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입법이 강행되고야 말 것입니다. 앞으로 입법이라는 중요한 정치과정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제대로 보장하면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히 국회에서 소수정파를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안건조정위원회 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이 사건 입법절차상 하자를 면밀히 살피셔서 바로잡아주실 것을 앙망합니다.
나아가 안건조정위원회에서부터 본회의 의결까지 청구인들의 헌법상 권한인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깡그리 무시된 이 사건 입법절차 전체가 법률을 무효로 할 만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선언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