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공포된 법률 제1호는 정부조직법이다. 그 후 6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행정각부의 명칭은 수시로 바뀌었다. 정권의 필요에 따라 이름이 바뀌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외-내-재-법-국-문-체-농-상-동-건-보-노-교-체-문” 학창시절 행정법 공부를 할 때 외운 행정각부 16개의 서열 순서다. 외무부, 내무부, 재무부, 법무부, 국방부, 문교부 등등이다. 지금도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의 행정각부는 이름도 길어졌고 순서도 바뀌어 정부조직법을 찾아보지 않고서는 서열을 알 수 없다.
정부 수립 이래 명칭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데가 있다. 바로 법무부와 국방부다. 그만큼 변화가 없었다는 말이고, 시급히 개혁되어야 한다는 말도 된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행정각부의 실·국장은 고위공무원단 소속 행정공무원(1-3급)이 맡도록 되어 있는데, 유독 법무부 실·국장은 검사가, 국방부 실·국장은 군인이 맡을 수 있도록 예외규정이 있다. 그러다 보니 법무부는 검사가, 국방부는 군인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법무부는 ‘검찰부’이고 국방부는 ‘육방부’다. 원래 검사는 검찰청에서, 군인은 합참이나 각 군에서 일하는 국가공무원이다. 그래서 계급과 예우도 일반공무원과 다르다.
먼저, 법무부부터 보자. 법무부는 검찰에 장악되어 있다. 얼마 전에 법무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검찰청의 수사관을 겸임하면서 수사수당을 수령하여 국고를 축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검사의 법무부 파견근무다. 차관급 예우를 받는 대검검사(지방검사장)급 검사가 1-2급이 맡는 법무부 실·국장에 보직되고, 1급 예우를 받는 부장검사가 3-4급이 맡는 과장 자리에 보직되어 있다. 더욱이 일반 검사들이 각 과에 소속되어 5급 사무관 역할을 하고 있다. 도대체 말이 안 된다. 그 신분에도 맞지 않고 예산도 낭비된다. 다른 행정부처와 균형도 맞지 않다. 검사의 파견근무 기간이 짧으니 전문성도 문제다. 2만명에 달하는 변호사 중에서 사무관 이상 법무행정 공무원을 뽑아 그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계속 근무하게 하면 검사의 법무부 파견근무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예산 절감 효과도 크고, 법무행정의 전문성도 제고된다. 일선 검찰청에서 고유의 검사 업무를 수행할 검사가 부족하다고 하면서 검사를 이렇게 법무부 및 다른 행정기관 파견으로 소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차제에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을 대검찰청에 이관하고, 법무부는 일반법무, 인권, 국가소송, 교정, 범죄예방, 출입국·외국인 등 고유의 법무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관계를, 현재의 안전행정부와 경찰청의 관계처럼 바꾸면 법무부의 문민화를 달성할 수 있다. 법무부가 문민화 되고 검찰국을 이관하면 굳이 검찰 출신이 법무장관을 맡아야 할 이유도 없다.
다음, 국방부도 문민화 되어야 한다. 미국헌법은 군인은 전역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국방장관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민간인이 국방장관을 맡는 것이 불문율이다. 독일의 경우도 차기 총리로 유력시 되는 폰데어라이언 국방장관은 민간인 출신 정치인이다. 한국전쟁 당시 국방장관이던 신성모나 이기붕은 군인 출신이 아니다. 사실 전쟁을 할 것인지 여부는 고도의 정치행위이므로 군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가 결정하는 것이다. 군인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통제와 지시 하에 이미 결정된 전쟁을 수행할 뿐이다. 군인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명령에 따라 작전을 성공시키면 된다. 예를 들면 연평도가 포격을 당했을 때 반격이나 보복 작전을 할 것인가를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군인 출신인 국방장관은 작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술적인 판단을 우선시하여 보복이나 상응조치라는 정치적 결정을 주저하게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로 남한 영토에 포탄이 떨어진 전대미문의 중대한 침략을 당하고도 자위권을 행사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그 당시 민간정치인이 국방장관 자리에 있었다면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상식적이고도 합당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문민통제는 그런 것이다. 최근 문제되는 군대 내에서의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은 어떤가? 군인 출신에게 맡겨서 근본적인 처방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차제에 민간인 출신의 국방장관을 임명하여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여야 한다. 전시는 물론이거니와 평시에 장병의 인권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건강한 병영생활이야말로 전투력의 원천이다. 국방부에 장병인권 전담 부서(가칭 인권국)를 신설하고 외부인이 참여하는 장병인권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군인의 시각이 아니라 자식을 군대에 보낸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각 군을 통제하는 것은 역시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어야 가능하다.
1993년의 김영삼 정부를 ‘문민정부’라고 부른다. 그 이전의 제5-6공화국 정부도 사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전역 후에 대통령이 되었으므로 형식은 문민정부이지만 실질은 군사정부다. 그래서 1993년부터 진정한 의미에서 문민정부가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무부와 국방부는 시급히 문민화 되어야 한다. 그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대통령을 도와서 막강한 힘을 가진 검찰과 군을 문민 통제하는 것이 법무부와 국방부의 임무다. 법무부와 국방부를 검찰과 군이 장악하고 있으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문민화가 시기상조라는 주장은 검찰과 군이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