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관련하여 변호사들이나 국민들에게 개혁방안 중 단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심리불속행 제도일 것이다.
심불 제도를 존치한다고 하더라도, 심불을 해서는 안 되는 중요 사건을 무더기로 심불 처리하면 어떻게 할까?
대법원이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하면 어떻게 구제받을까?
실제로 심관은 상고이유가 ‘헌법위반’ 단 하나뿐인 사건에서 심불기각 판결을 받았다.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대개 2년 동안 재취득이 금지되는데, 치상 후 도주, 이른바 뺑소니로 처벌받은 사람은 무려 4년 동안이나 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할 수 없다(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제4호).
2001년에 치상 뺑소니에 대해 벌금형이 신설되었는데, 그 이전에 징역형만 있었던 시절의 아주 센 규정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예컨대 백미러로 툭 치고 간 경우와 같이 아주 경미한 사고 후 미필적 고의성 뺑소니로 단순 벌금형을 받은 사람도 4년 동안이나 운전면허 재취득이 금지 되니 운전으로 밥 먹고 사는 국민에게는 누가 봐도 너무 가혹하다.
도로교통법 규정이 행위와 책임 사이에 비례성을 잃고 과도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심관이 무능한 변호사인지라 1심, 2심, 3심 내리 다 패소하고 말았다.
대법원은 사건 같지 않다고 봤는지 놀랍게도 심불기각을 했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제1호(원심판결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경우)에 의하면 상고이유가 위헌 주장이라면 심불 기각을 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하여 심불을 했을 때는 어떻게 불복해야 할까? 재판소원은 안 되니 판단누락을 이유로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해야 할까?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원심에서 위헌제청을 했다가 기각되어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다.
국회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4년,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여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2년,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으나 위법성의 정도가 약하여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1년 동안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게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 국민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면서도 입법목적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