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기준 보유세제는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하는가
-이제는 ‘취득가격’ 기준으로 개정하자
토지·주택·아파트에 대한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이 기준이다.
그러니 정부가 조세부담의 공평, 실질과세 원칙을 강조하면서 부동산 보유세를 더 징수하고 싶으면 국토교통부와 감정평가기관을 통해 매년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면 된다....
이것이 과연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할까?
A는 돈 잘 벌던 젊었을 때 아파트 한 채를 사서 수십 년 거주하고 있는 노년 은퇴자.
A는 해마다 인상되는 공시가격 때문에 이제는 변변한 소득이 없음에도 세금폭탄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A는 아파트 공시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A는 공시가격이 인상되는 걸 원치도 않는다.
그렇다고 A가 매년 공시가격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헌법 38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헌법 59조).
이렇게 헌법에 규정된 조세법률주의는 죄형법정주의와 쌍둥이다.
조세법률주의 하에서는 세법을 집행할 때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며, 행정편의주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은 허용되지 않는다(98두11731 전원합의체 판결).
이른바 엄격해석의 원칙(Lex stricta)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조세법률주의 하에서는 세제를 입법할 때도 엄격하게 하여야 하며, 행정편의주의적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입법을 해서는 안 된다.
‘엄격입법의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세법·종합부동산세법이 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정부가 정하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러한 법률은 “의심스러울 때는 국고의 이익으로(in dubio pro fisco)” 과세하도록 문을 열어둔 국고주의적 입법이다.
반대로 “의심스러울 때는 국고의 이익에 반하여(in dubio contra fiscum)” 과세하도록 국민의 입장에서 세법이 보다 촘촘해져야 한다.
나는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이 아니라
이제는 ‘취득가격+α(도매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율은 물론 조정해야 한다.
국민은 부동산을 취득할 때 ‘취득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취득세를 냈고,
그 취득가격은 이제는 부동산등기부에 정확하게 등기하게 되어 있다(부동산등기법 68조).
개인별로 대부분 부동산 취득가격이 등기되어 있으므로 정부가 함부로 수정할 수 없는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과세하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보유세가 개인별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이것이 국민 개개인의 정서에 맞고 보유세액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준다.
양도차익을 내고 팔면 어차피 양도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징수하면 된다.
“진실의 열매가 저 너머에 보이더라도 개인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담장을 짓밟고 넘어가야만 따올 수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 열매를 포기하려는 것이 적법절차주의의 기본정신이고 이것은 조세법률주의의 기본정신과도 상통하는 것이다.”(이회창 대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