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 시행상 문제점은 없나
양형기준을 통하여 양형과정에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함으로써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기 위하여 대법원에 양형위원회가 2007년 4월 26일에 설치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현재 제5기 양형위원회가 가동 중이고 그 동안 35개 유형의 범죄군에 대한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운용되고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선 재판부에서는 대개의 경우 양형기준을 존중하여 이를 대체로 준수하고 있다.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문에 구체적인 양형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일선 법관들로서는 양형기준에서 벗어나는 판결을 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의 경우 양형기준 준수율은 평균 89.7%나 된다. 양형위원회 출범 10년을 앞두고 양형기준제가 재판실무에 상당히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실무의 양형심리 과정에서도 피고인과 변호인은 양형기준을 중심으로 양형 변론을 하고 구형과 판결도 양형기준을 기초로 이루어지면서 선고형량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재판결과에 대한 승복도도 어느 정도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반면에 피고인이나 변호인들로부터는 형사판사들이 양형기준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개개 사건의 특유한 양형조건에 대한 심리와 판단을 소홀히 함으로써 날이 갈수록 엄벌하는 방향으로 기계적인 양형이 이루어지고 양형기준으로의 도피 현상이 우려될 정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양형기준 준수율을 보면 범죄유형별로 차이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에게 제출한 ‘연도별 양형기준 준수율’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의 경우 양형기준 미준수율은 폭행범죄는 3.7%, 교통범죄는 4.9%에 불과하지만,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는 양형기준 미준수율이 훨씬 높아 뇌물범죄는 22.1%, 증권·금융범죄는 21.8%, 선거범죄는 22.0%나 된다. 이는 특정 부류의 피고인에 대한 관대한 양형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분석·평가가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뇌물범죄, 증권·금융범죄, 선거범죄 등에 대한 현재의 양형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게 형사정책적 이유로 지나치게 엄벌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선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당연히 양형기준을 좀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경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범죄유형에 대해 양형기준이 마련되었으므로, 앞으로 양형위는 개개 유형의 양형기준을 면밀히 재검토하여 개정·변경하는 작업에 치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