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직역의 영역 확대 시도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변호사 생존권 보장 및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집회’를 개최한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장면이다. 개업변호사 2만명을 바라보면서 변호사들의 생존권을 운위하는 시대에 설상가상으로 유사법조의 직역 확대 시도가 그만큼 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 공인노무사의 고소·고발 사건 진술권 및 사회보험 관련 법령에 대한 업무 영역 확대, 공인탐정제도 신설,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부여 폐지 등과 관련된 법률안이 제20대 국회 들어와 다시 다수 발의되었듯이, 그동안은 주로 이해관계를 가진 유사법조단체가 국회의원을 동원하여 의원입법 형식으로 변호사 업무 영역 침해를 시도하였는데, 이번에는 행정자치부가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하겠다고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변협의 이례적인 집회와 시위는 이해할만하다. 앞으로 변협이 대규모 시위 등으로 대응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변호사업계에 감도는 위기감이 크다는 증거다.
법조비리가 빈발하면서 법조 전체에 대해 결코 우호적인 시선을 갖지 못하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전문자격사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유사법조의 변호사직역 침해 시도는 본질적으로 우리나라 변호사 제도와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에 대해 앞으로 어떤 정책 방향을 가지고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므로, 단순한 변호사의 직역 사수라는 차원으로 보고 변협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변협과 협의하여 적극 나서서 대응해야 한다. 대법원도 소송 절차를 직접 운영하는 주체이므로 변호사 제도와 소송절차의 근간에 관한 사항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입법적인 직역 침해 시도도 문제려니와 국민생활의 현실에서 사실상 벌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사태도 정리하고 엄격하게 단속·처벌해야 한다. 예컨대 변호사법 제112조 제3호에 의하면,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소를 표시·기재하면 형사처벌 대상임에도, 예전부터 변리사들은 특허사무소나 변리사사무소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특허법률사무소라고 내세우고, 요즘 들어와서는 공인노무사들이 노무사사무소라고 하면 될 것을 버젓이 노동법률사무소라고 표방하는 일이 비일비재함에도 수사기관의 단속은 느슨하기만 하다. 노동법률사무소라고 기재하면 국민들은 공인노무사를 마치 노동법 전문 변호사인 듯이 오인·혼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앞으로 세무사는 세무법률사무소라고 표방하고, 행정사는 행정법률사무소라고 표시하는 것도 허용하자고 나서게 될 것이다. 법률사무소를 표방하여 국민들에게 혼동을 초래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