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에게 행정심판대리권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 있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행정사법개정안은 행정사의 직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일반적인 ‘행정심판 대리권’과 ‘법제에 대한 자문권’까지 주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법리적·제도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행정사는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부족했던 시절에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를 대신 작성해주거나 그 제출 대행을 하는 ‘행정서사’로 시작하여 1995년 행정사로 명칭이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법원과 검찰청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과 제출 대행 등을 업무로 하는 사법서사 내지 법무사와 유사한 성격의 전문자격사로 출발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국민들 속에서 유지되어온 행정사제도의 입법취지에 명백히 반하고, 변호사대리원칙을 근간으로 한 변호사제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종래에는 하위직공무원 출신 인사들이 생계유지 차원에서 행정사로 개업했던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형식적·합법적으로는 행정사사무소를 개설하고 실질적으로는 행정법에 대한 법률자문과 행정관청에 대한 로비활동 및 행정법제 컨설팅에까지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에 입법예고한 행정사법개정안은 이러한 추세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로비스트제도가 아직은 합법화 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고위직 출신 행정사가 이러한 법의 공백과 허점을 이용하여 실질적으로는 전관예우를 받고 로비스트로까지 그 활동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나온 행정사 권한 확대책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현직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퇴직 후를 염두에 두고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만하다.
헌법 제107조 제3항에 의하면 행정심판은 어디까지나 재판의 전심절차이고 행정심판에는 사법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심판의 대리는 당연히 변호사의 고유업무 영역이다. 행정사가 재판의 전심절차인 행정심판에서, 그것도 모든 행정법의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행정심판대리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어떠한 종류의 공무원이든지 일정 경력만 있으면 쉽게 자격를 취득할 수 있고 이미 수십만 명에 달하는 다수의 행정사에게 일반적인 행정심판대리를 감당할 만한 전문지식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행정심판은 행정법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며 그 절차 자체가 사법절차에 준하여 소송법·절차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절차법적 전문지식이 검증되지 않은 행정사에게 모든 행정법 영역에서 행정심판대리를 맡기는 것은 전문성 측면에서도 위험하고 국민의 권익 보호에 역행하는 결과가 된다. 법무사에게 보전처분신청대리와 경매신청대리를 하도록 허용한 것은 법무사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절차법적 전문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임을 생각해보면 결론은 자명해진다. 이번 행정사법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