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 총사퇴 없는 총리 교체가 가능한가
이번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물러나기 직전에 신임 국토교통부장관 등 일부 국무위원에 대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국무총리를 둠으로써 내각제적 요소가 가미된 대한민국헌법상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제도의 취지와 헌법정신에 맞지 않고 국정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것임은 이미 내가 전에 지적한 바 있다(2021년 4월 16일자 페이스북 포스팅).
물러나는 총리가 함께 일할 것도 아닌 신임 장관을 임명 제청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신임 김부겸 총리는 취임하면 자기가 임명제청한 국무위원이 한 명도 없는 국무회의를 주재해야 한다.
이것을 <김부겸 내각>이라 할 수 있는가?
이는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헌법정신의 핵심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신임 총리가 전임자가 제청한 장관들과 함께 일을 하도록 한 이러한 처사는 대통령이 총리를 장관 중 하나 정도로 하대하는 발상이다.
하나만 더.
같은 맥락에서 또 지적할 것은 총리가 교체되면 당연히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임 총리가 당연히 내각을 새로 꾸려야 한다.
신임 총리가 국무위원 전부에 대해 임명 제청을 해야 한다.
교체하지 않는 국무위원도 그와 함께 일할 신임 총리가 대통령과 상의하여 다시 제청하고 연임 발령을 내야 한다(이 경우 인사청문회법을 고쳐 인청은 생략하도록 해야 한다).
총리 교체는 국무위원의 총사퇴를 동반해야 정상이다.
언제부터 <내각 총사퇴 없는 총리 교체>가 슬그머니 이루어졌는지 한번 조사해 보아야 한다.
내가 알기로는 적어도 제3공화국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총리가 물러날 때는 내각 전체가 총사퇴하고, 형식상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신임 장관과 연임 장관을 동시에 임명하였다.
그래서 연임되는 장관도 그 대수(代數)가 바뀌었다.
예컨대 김종필 내각이 물러나고 최규하 내각이 들어설 때 황산덕 법무장관은 연임 발령이 되었는데, 그래서 그는 제24대 및 제25대 법무장관이다(석우 회고록 318-3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