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대한민국 금기 깨기>(쌤앤파커스, 2021)를 읽다보니, 법률가인 나로서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기업가를 위축시키는 과잉처벌 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배임죄는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적용범위가 너무 넓어 새로운 시각과 법률상의 정리가 필요하다.”(140-141면).
최근 윤석열 예비후보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시절에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주말도 없이 일을 하느라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과 골프를 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였는데, 그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의 ‘부실대출’ 배임 사건에서 대법원은 배임죄에 대해 이렇게 판시한 바 있다.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2009도14464).
이 판결을 보면 배임죄에 관하여 행위규범으로 할 만한 명확한 기준은 사실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
회사 임직원의 업무수행 행위가 어느 정도 수준이면 배임죄로 처벌될 것인지 모호하다.
배임죄 재판은 그래서 어렵고 무죄율도 높다.
배임죄 양형기준은 <이득액>에 따라 상당히 높은 형벌을 가하도록 정해져 있다. 특별감경인자가 없는 기본구간의 경우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은 징역 4∼7년, 300억원 이상이면 징역 5∼8년이 권고형량이다.
그러나 <경영판단의 원칙>을 고려하여 배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지 아니한 채, 다시 말하면 배임행위에 대한 해석기준을 종전처럼 넓게 하여 실무 운영을 하는 상태에서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양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저축은행이 기업체에 300억원을 부실대출을 하였는데 그것이 배임이라면 징역 5-8년이 기본양형이다.
부실대출이 배임인지 여부가 모호할 수밖에 없는데도 그렇다.
저축은행에 대출을 의뢰한 기업은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이 어려운 기업이 아닐까.
이제 <선진법치국가의 입법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재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일본만 해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일본 형법 제247조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한정하고 있다.
즉 목적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배임죄를 목적범으로 개정하는 수준으로만 재정비해도 지금보다는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