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자의 말과 글
최근 모씨가 김대중도서관에 가서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이에 대해 <지평선>은 <지평>을, <성찰>은 <통찰>을 잘못 쓴 것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을 받았다.
신언서판이라 했으니 글씨까지 멋지게 일필휘지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적어도 문장이 비문(非文)이거나 맞춤법에 맞지 않거나 어색해서는 안 된다.
정치지도자는 <말과 글>이 동시에 되어야 한다.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말과 글로써 정확하게 표현하고 문법에 맞게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은 정치지도자의 기본 자질에 속한다.
또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간명해야 한다.
첫째, 국어에서 <지평>을 열지 <지평선>을 연다는 말은 없다.
둘째, 김대중 대통령의 <통찰력>을 배우고 마음에 새길 수는 있어도 <성찰>을 어떻게 마음에 새기고 배우는가.
셋째, 이것은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는데,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는 도무지 이른바 패러렐이 될 수 없다. 너무 축약하다가 모호한 비문이 되어버렸다.
그는 아마도 <정보화 사회의 기반을 구축하고 인권의 가치를 드높임으로써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평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을 쓰려고 했을 게다.
정치지도자는 널리 공개되는 방명록을 쓸 때, 국민에게,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멋진 문장을 쓰도록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자기의 말과 글로써 적확하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게 된다.
정치지도자들에게 글쓰기 공부의 교본을 하나 소개한다.
2014년에 나온 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이다.
말과 글을 동시에 잘 구사했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바쁘더라도 꼭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