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와 정부조직 구성원리와의 관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려면 몇 가지 정부조직 구성원리와의 정합성(整合性)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행정부 안에 공수처를 두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조직법 제2조 제1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설치와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그 제2항은 ‘중앙행정기관은 이 법과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처 및 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공수처를 둘 수는 있다.
그럼 대통령 소속으로 행정권에 속하는 ‘검찰’ 기능을 수행하는 공수처를 둘 수 있을까?
대통령 소속으로 둘 수는 없다.
정부조직법상 ‘처’급 행정기관(국가보훈처, 인사혁신처, 법제처, 식품의약품안전처)은 모두 국무총리 휘하에 있다.
정부조직법 제18조 제1항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제32조 제1항은 ‘법무부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수처의 검찰 기능은 당연히 법무부장관이 관장해야 한다.
특별검사처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찰 기능을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몰라도, 통상적·항상적으로 상시(常時) 검찰 기능을 수행하는 공수처는 반드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법무부장관), 나아가 이들로 구성된 국무회의의 문민(文民) 통제 하에 놓여있어야 한다.
정부조직법 제32조 제2항은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그 제3항은 ‘검찰청의 조직·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로써 법무부장관 소속의 검찰청 중의 하나로 특별검찰청 개념으로 공수처를 두는 것은 몰라도, 대통령 소속으로 공수처를 두는 것은 현행 정부조직법상 불가능하다.
차라리 법무부장관 소속 하에 검찰 기능을 하는 고위공직자범죄특별검찰청을 두는 것이 맞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검찰총장’은 헌법상 근거가 있는데(헌법 89조 16호에 의하면 검찰총장 임명은 국무회의 심의사항이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상설 검찰청이 가능하지도 의문이다.
그러면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 하면 되는가?
지금 국회에 발의된 공수처법안은 공수처를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헌법 및 정부조직 구성원리에 비추어 더더욱 불가능하다.
공수처가 수행하는 수사와 기소·공소유지 등 검찰 기능은 헌법상 전형적으로 행정부(제4장 제2절)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그것을 행정부(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으로 구성된 국무회의)에서 분리하여 독립시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헌법상 근거가 없는 독립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일하다.
공수처를 국가인권원회에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설립이 유엔의 기본준칙에 따른 것으로 연혁과 성격이 전혀 다른 합의제 기관이어서 공수처와 경우가 다르다.
결론적으로,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수처법안 2개는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행정부 조직 구성원리에 반한다고 볼 소지가 있다.
이러한 쟁점을 국회가 앞으로 정치(精致)하게 보완하지 않으면 그 출범 후 위헌 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