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사 인사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
ㅡ검찰청법 제34조 제1항.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으라는 것은 서로 협의하라는 것이다.
상하관계이기 때문에 협의라고 표현하지 않고 의견을 들으라고 규정한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과 총장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법무장관이 취임하면 검찰총장과 만나 나름대로 인사원칙을, 다시 말하면 어떤 보직에 대해서는 누구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신사협정처럼 정해놓으시라.
예컨대 대검찰청에 근무하는 검사는 총장의 참모 격인데, 총장이 참모를 선택하지 못하고 장관이 밀어넣는다면 총장은 수족이 없는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일응의 인사기준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나간 현대사의 한 장면을 소개한다.
박정희 대통령 때 1974년 취임한 제24대 황산덕 법무장관 이전에는 검찰 인사권은 실질적으로 검찰총장에게 있었다.
검찰 인사권을 법무장관이 가져간 것은 황산덕 장관 때부터다.
당시 황산덕 장관은 취임한 후 바로 김치열 검찰총장과 협의하여 검사 인사원칙을 합의했는데, 이렇다.
1 대검찰청 인사는 검찰총장에게 일임한다.
2 고검과 지검의 검사장과 차장의 인사는 장관이 한다.
3 서울지검의 부장검사에 대한 인사도 장관이 한다.
4 법무연수원의 인사도 장관이 한다.
5 기타 모든 검사에 대한 인사는 총장의 지휘를 받아 대검차장과 법무차관이 한다.
그리고 검사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실질적인 인사권을 존중해야 한다.
일본은 재판관 인사권이 내각에 있지만 최고재판소의 실질적인 재판관 인사권을 존중해준다.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 때 가장 후회하는 것이 뭣이냐고 기자가 물었더니, 대통령이 장군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런 것은 국방장관이 할 일이다.
어느 기관장이나 인사권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그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청와대정부'는 이제 서서히 고쳐나가야 한다.
검사 인사권까지 청와대가, 그 의중에 따라 법무장관이 모두 틀어쥐려는 욕심이야말로 검찰의 정치중립성을 갉아먹는 독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