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기관 '공수처'와 공화주의와의 관계
개헌 없이 '독립기관' 공수처를 두는 것은 헌법 및 정부조직 구성원리에 비추어 불가능하다....
공수처가 수행하는 수사와 기소·공소유지 등은 헌법상 전형적으로 행정부(제4장 제2절)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그것을 행정부(=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으로 구성된 국무회의)에서 분리하여 독립시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대한민국헌법이 행정권을 대통령에게 맡기면서 '국무위원-국무총리-대통령-국무회의'를 둔 취지와 정신은 행정권 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에서 '공화주의'의 핵심이다.
나는 헌법상 공화주의의 핵심은 삼권분립 원칙에서 말하는 바로 그 ‘견제와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공(共)이란 두 사람이 손을 합쳐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을 함께 한다’는 뜻인데, 단지 혼자서 할 수 없어서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다.
독단와 독재를 막고 서로 견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권력의 분산과 절제, 견제와 균형이야말로 공화정신의 핵심이다.
입법·사법·행정 권력의 엄격한 분립과 상호 견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정부 내에서도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이 국무회의를 중심으로 국정을 함께 처리하도록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실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의장(president)일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에서 공수처는 행정권을 행사하면서 독립기관으로 되어 있다(제3조 제2항).
현재 헌법상 근거가 없는 독립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일하다.
그러나 공수처를 국가인권위원회와 비교할 수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설립이 유엔의 기본준칙에 따른 것으로 연혁과 성격이 전혀 다른 합의제 기관이어서 공수처와 경우가 다르다.
요컨대 현행 헌법상 공수처를 두더라도 입법-사법-행정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는 둘 수는 없고, 국무위원-국무총리-국무회의의 문민통제 하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