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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 발의는 철회할 수 있는가

탄핵소추 발의는 철회할 수 있는가


탄핵소추 발의는 형식상 탄핵소추안이라는 의안을 제출하는 것이지만 국회법의 보통 의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탄핵소추 발의에는 증거도 제시하여야 한다(국회법 제130조 제3). 탄핵소추 발의만으로 권력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대상자의 신분·명예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중대사안이다.

탄핵소추가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발의 후 첫 본회의에 보고를 해야 한다. 본회의는 법제사법위원회 회부 의결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24시간 후 72시간 내에 표결한다. 실무적으로는 의사일정 작성, 본회의 안건 상정, 발의대표의 제안 설명, 의사국장의 투표방법 설명, 무기명 투표, ·부 선포의 절차를 밟는다.

문제는 국회법 제90조의 요건에 따라 탄핵소추 발의를 철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갑설(부정설)은 탄핵소추 발의 후에는 발의보고, 법사위 회부 의결 여부, 가결·부결, 의결시한 도과로 인한 폐기 외에 발의철회는 헌법·국회법에 허용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불가능하고, 보통 의안의 철회에 관한 국회법 제90조는 국회법 체계상 국회법 제79조 제1항의 일반 의안에만 적용되고 헌법 제65조에 따른 탄핵소추 발의에는 애당초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생각건대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발의한 의안이란 국회의원이 국회법 제79조 제1항에 따라 10명 이상의 찬성으로 발의한 의안만을 말하고,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라 발의한 탄핵소추와 같은 헌법상 특별한 발의에는 국회법 제9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국회법에 탄핵소추 발의도 철회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이 없으면 철회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역대 국회에서 탄핵소추 발의보고 후 폐기된 사례가 7건 있었을 뿐 철회 사례가 없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다만 갑설을 취하더라도, 발의보고 전후를 불문하고, 탄핵심판사건을 국회 의결로써 취하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회의의 동의를 얻으면 탄핵소추 발의도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갑설수정설).

반대로, 을설(긍정설)은 국회법 제90조 제2항의 요건에 따라 탄핵소추 발의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을설은 탄핵소추 발의철회에도 국회법 제90조가 당연히 적용되고, 국회법 제90조 제2항 소정의 본회의 의제가 된 의안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서 본회의의 동의를 얻어 철회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을설은 다시 본회의 의제가 된때를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발의설, 발의보고설, 의사일정 작성설, 탄핵소추안 상정(上程), 숙려기간 24시간설 등으로 나뉠 수 있다.

발의보고가 되면 국회의원들은 소추안 및 이에 첨부된 증거를 확인하는 등으로 심사를 시작한다. 숙려기간 24시간 후부터는 바로 의결할 수 있다. 만약 법사위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사위 회부 의결을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미 본회의의 의제가 된 의안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발의보고 후에는 국회의원이 심사를 시작하는 이해관계가 바로 생긴다. 소장송달로써 소송계속이 생기는 것과 유사하다. 또한 의결시한 72시간이 도과하면 폐기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일종의 유동적 폐기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폐기된 탄핵소추안은 일사부재의 원칙상 동일 회기에는 다시 제출하지 못한다는 법률효과가 있다.

발의보고 후에는 법사위 회부 의결을 해제조건으로 한 소추의결이 본회의의 심사대상이다. 발의보고 때부터는 오로지 본회의 의결만을 위하여 본회의에 부의(附議)되어 있는 것이고, 발의보고 시부터 숙려기간 24시간 이내는 물론이고 숙려기간 이후 의결시한 72시간까지 본회의에서 심의·심사 중에 있게 된다. 이미 본회의의 의제가 된 의안이 되었기 때문에 의결시한 내에 표결을 하지 않으면 국회법 제130조 제2항 후문의 표결하지 아니한 탄핵소추안이 되어 폐기되는 것이다.

따라서 설령 을설을 취하더라도, 발의보고 후 법사위 회부 의결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탄핵소추안은 발의보고 시부터 본회의의 의제가 된 의안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발의보고 후에는 본회의의 동의 없이는 철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을설 중 발의보고설). 숙려기간 24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본회의의 의제가 된 의안이 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만약 헌법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진 탄핵소추 발의를 한 다음 발의보고 후 본회의의 동의 없는 일방철회를 인정하면 부결·폐기를 예상하고 언제든 수시로 꼼수 철회를 할 수 있게 되어 동일 회기 중에 동일한 탄핵소추를 반복하여 발의할 수 있게 된다. 탄핵소추는 실체적 요건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동시에 절차적 요건도 엄격하게 해석해야 마땅하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는 그 발의도 신중하여야 하겠지만, 일단 발의하였으면 그 철회도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20231120일자 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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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황정근

등록일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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